[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여권 차기 잠룡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점차 세를 얻으면서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 더구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내년 1월 귀국설을 흘리면서 상황은 더 다급해졌다. 늦어도 연말까지는 어떻게든 판을 뒤흔들어야 하는 것.
현재 여권 대선구도는 반기문 1강 체제 속에서 나머지 주자들의 도토리 키재기 양상이다. 새누리당 주류인 친박계가 사실상 반 총장의 영입에 사활을 건 가운데 비박계 주자들 역시 존재감 과시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더 이상 관망세를 유지했다가는 대권경쟁에서 조기 탈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
◇남경필, 파격적인 핵무장 준비론 vs 유승민, 朴정부와 차별화 선언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비박 주자 중 가장 활발한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른바 ‘반기문 대체재’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 ‘대한민국 리빌딩’을 대선 화두로 내건 남 지사는 본인의 정치적 브랜드인 협치와 연정을 바탕으로 수도이전, 모병제 공론화에 이어 핵무장 준비론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꺼내들었다. 남 지사는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대권도전 관련 질문이 쏟아지면서 여야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새누리당 복당 이후 정중동 행보를 거듭하던 유 전 원내대표도 대외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특강과 국정감사 발언을 통해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본인이 주창해온 보수혁명의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는 것. 유 전 원내대표는 최근 부산대 특강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 “불법·폭력시위는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국가가 과잉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도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도 주문했다. 앞서 서울대 특강에서는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성장도 강조했다.
◇김무성·오세훈 정중동 행보…김문수, 대권도전 시사
나머지 주자들도 조심스러운 태도로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풍 피해현장을 둘러본 소식을 올리며 민생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시대정신은 격차해소’라고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은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으로 ‘분노의 시대’에 진입했다. 엄중한 위기감으로 한국 자본주의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대표의 경우 8.9 전당대회 패배로 정치적 상처를 입었지만 비박계 주자 중 당내 기반이 가장 강력하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여전히 주목된다.
총선 패배로 빛을 잃었던 오세훈 전 시장도 서서히 몸풀기에 나섰다. 총선 이후 20여 차례 특강에 나섰던 오 전 시장은 대선 싱크탱크 역할을 할 ‘공·생(生)연구소’ 개원은 물론 개헌, 외교, 통일, 안보 등 정책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반 총장을 제외하면 비박 주자 중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게 강점이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사실상 대권도전을 선언하며 잰걸음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야권이 총공세에 나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게 너무 많은 만큼 빨리 털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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