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어 영국도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제동

박종화 기자I 2023.11.29 10:18:25

"경쟁 가능성 줄이고 디자인 산업 타격"
내년 3월까지 절차 마무리 안되면 인수무산 위기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200억달러(약 26조원) 규모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가 유럽연합(EU)에 이어 영국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인 두 회사가 합병하면 시장 경쟁과 혁신이 훼손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출처=어도비)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영국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은 이날 “이 거래는 혁신과 경쟁제품 개발 가능성, (소비자) 선택권을 줄이고 영국의 디지털 디자인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어도비·피그마 합병 조사에 대한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경쟁시장청은 그러면서 “거래를 원천 차단하는 것을 포함해 조사에서 파악된 경쟁 관련 우려에 대한 구제책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설립된 피그마는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다. 어도비는 지난해 피그마를 20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도비 설립 이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었다. 이미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앞세워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해왔던 어도비로선 피그마 인수를 통해 시장에서 입지를 더 탄탄히 다질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문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의 지배자 어도비가 피그마까지 품으려 하면서 독점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EU 반독점당국도 두 회사 합병이 웹 기반 디자인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한다며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 EU 당국은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가 대기업이 잠재적 경쟁사를 제거하기 위한 ‘킬러인수’라고도 비판했다. 미국 법무부 역시 어도비·피그마 합병을 독점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보고 반독점 소송 제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해야 하는 어도비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때까지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거나 규제당국에서 합병을 불허하는 경우 인수가 무산되는 건 물론 피그마에 10억달러(약 1조 30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어도비는 “사실관계와 (합병의) 장점에 대해 CMA와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그마도 “어도비와 경쟁관계에 있거나 앞으로 그럴 계획이 있다는 CMA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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