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부 가혹행위와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담아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Deserter Pursuit·군무이탈 체포조)를 향한 군 장병들의 반응이 뜨겁다. 드라마만큼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군 현실과 닮은 모습을 포착하고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병영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일축하지만, 다른 형태의 부조리와 악·폐습이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장병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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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선임병은 후임병을 상대로 야간 근무 중 자위행위 강요하거나 라이터로 체모 태우고 폭행·폭언을 일삼는다. 야간에 후임병들을 집합시켜 뺨을 때리는 ‘군기’ 잡는 모습도 가감 없이 담겼다. ‘D.P.’는 공개 후 지난 10일까지 넷플릭스 한국에서 많이 본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베트남과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13일 기준 10위 안에 랭크되는 등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가 연일 화제에 오르자 군 당국은 ‘과거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일축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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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역 군 장병들은 아직 부조리의 잔재가 남아 있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특히 이들은 드라마에서 나온 폭행과 가혹행위 형태가 아닌 집단 따돌림 등으로 부조리가 변했다고 강조한다.
올해 현역으로 입대해 육군에서 복무 중인 이모(21) 일병은 “휴대 전화 사용으로 부조리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일병은 “병사들이 휴대 전화를 하느라 ‘후임 갈굼’이 2순위로 밀려난 느낌이지, 실제 휴대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는 시간대에는 부당한 지시나 괴롭힘이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드라마에선 육체·정신적 괴롭힘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지금은 정신적 괴롭힘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육군에서 복무하는 A(28)중위 역시 “옛날에는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심했지만, 요즘 신고가 들어오는 내용은 대부분 언어적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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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요즘 군 내 괴롭힘은 ‘왕따’를 기본전제로 하고, 그 후 언어폭력과 신체적 구타로 이어지는 양태”라고 설명했다.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한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영생활 간 부당대우 경험 조사’에서 총 1181명 중 750명이 ‘부당한 사역’, ‘비인격적 대우’, ‘언어폭력’ 등 간접적 방법으로 부당대우를 겪었다고 응답했다. 직접적 피해로 분류되는 ‘부당한 얼차려’, ‘구타 및 가혹행위’는 각각 22명(1.9%), 9명(0.8%)으로 비교적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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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물리적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군 내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국방부가 “병영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자신한 바로 다음 날인 7일, 한 해군부대에서는 집단 괴롭힘과 폭언 등을 이기지 못한 정모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을 폭로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선임병들은 정 일병을 상대로 집단 괴롭힘, 구타, 폭언 등을 일삼았다. 정 일병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을 호소하다, 지난 6월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해병대에 복무 중인 동생이 선임병 4명으로부터 복부·뺨·정강이 가격, 인격 모독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나도 해병대를 전역한 군필자이지만,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들이 2021년 현재 일어나고 있다. 군대 내 악습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공군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상대로 감금·집단폭행·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군 내 부조리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드라마 ‘D.P.’로 재조명되고 있는 군 내 부조리를 다시 한 번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최근 “지금의 병영 현실과는 좀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지휘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