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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미 호혜적 조선협력을 위한 민·관·군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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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6.10.13 07: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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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기고]한미 호혜적 조선협력을 위한 민·관·군의 역할
한미동맹의 새로운 전략적 협력 분야로 조선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미동맹이 안보와 군사협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면, 앞으로는 조선산업과 해양방산까지 아우르는 ‘산업동맹’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다만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돕는 방식이어서는 지속될 수 없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공유하며 양국 모두에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호혜적 협력이어야 한다.

미국이 처한 현실은 절박하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지난 20년 동안 미 해군의 함정 건조예산이 물가를 반영하고도 거의 두 배로 늘었지만, 함대 규모는 계획대로 확대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함정 사업은 반복되는 비용 증가와 인도 지연, 성능 미달 문제를 겪고 있다.

잠수함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 해군의 최우선 획득사업인 컬럼비아급 전략핵잠수함 초도함은 당초 계획보다 12~16개월 늦게 인도될 것으로 전망됐다. 초도함의 지연은 2030년으로 예정된 작전 투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버지니아급 공격핵잠수함도 목표 생산량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미 해군이 제공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현재 건조 속도는 연간 약 1척으로, 해군 목표인 연 2척의 절반 수준이다. 2025년에 인도된 버지니아급 잠수함 2척도 모두 예정 시점보다 3년 이상 늦었다.

수상함도 예외가 아니다.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은 설계가 충분히 완성되기 전에 건조를 시작하면서 설계 변경과 공정 지연이 누적됐다. 결국 미 해군은 2025년 기존 사업 추진방식에서 사실상 후퇴하는 전략적 전환을 발표했다. 미국 함정 획득체계가 단순한 예산 부족을 넘어 설계·인력·공급망·생산관리 전반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능력과 상당한 함정 건조 경험을 보유한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미국이 부족하니 한국이 대신 건조해 주자”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지속 가능한 협력이 되기 어렵다. 미국에는 일자리 창출과 자국 조선산업 기반의 재건이 중요하고, 한국에는 새로운 시장 진출과 공급망 참여, 장기적인 해양방산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한미 조선협력은 바로 이 두 가지 이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고 협력의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미국 법률은 원칙적으로 해군 함정과 주요 선체 구성품의 해외 건조를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미 해군 함정의 MRO, 즉 유지·보수·정비 협력을 확대하고, 중기적으로 군수지원함과 보조함, 함정 블록·모듈의 공동생산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국내법과 조달제도가 정비되는 것을 전제로 수상전투함 공동건조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동맹국 조선소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법률 개정과 예외조항 신설을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의 조선소와 공급망을 미 해군 함정 건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동맹국 조선소 예외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도 한미 조선협력을 개별 조선회사의 수주 경쟁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산업통상부·외교부·국방부·기획재정부·방위사업청·해군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조직이 미국 백악관·상무부·국방부·해군부·의회와 동시에 협의하면서 투자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고, 기업의 인허가·금융·보안·수출통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 민간기업은 미국 조선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공급망 재건에 기여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목표가 국내에서 미국 함정을 건조한 뒤 인도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국 조선소에 대한 지분투자와 인수, 합작법인 설립, 기술제휴를 통해 한국의 생산관리 능력을 미국 현장에 접목해야 한다.

블록건조와 모듈화, 스마트야드, 디지털 트윈, AI 기반 생산관리, 로봇 용접과 자동화 등은 한국 조선업이 축적해 온 핵심 경쟁력이다. 이를 미국의 설계능력, 함정체계 기술, 방대한 방산시장과 결합하면 양국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은 조선소의 생산성과 납기를 개선하고, 한국 기업은 미국 함정시장과 글로벌 해양방산 공급망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다.

대기업만 미국에 진출해서도 안 된다. 한 척의 함정에는 수많은 소재와 기자재가 들어간다. 밸브·펌프·배관·전선·용접재료·주단조품·전장품 등을 생산하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도 미국 조선 공급망에 함께 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미 간 기자재 상호인증과 품질보증체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의 현지법인 설립과 보안인증, 시험평가, 금융·법률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한미 조선협력이 몇몇 대기업의 사업을 넘어 양국 조선산업 생태계의 실질적인 결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셋째, 군은 한미 조선산업을 연결하는 실질적 수요자이자 기술적 가교가 되어야 한다. 한국 해군과 미 해군은 작전소요와 정비수요, 기술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우선 미 7함대 함정의 한국 내 MRO를 정기정비에서 긴급수리·항해정비·전진정비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 함정이 정비를 위해 장기간 미국 본토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을 줄인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군의 작전가용률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 해군 함정 정비사업에 참여하려면 미 해군 해상체계사령부(NAVSEA)의 엄격한 시설·기술·품질·보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는 민간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의 정비·수리 계약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협약이자 자격체계다. 따라서 국내 조선업체의 MSRA 체결과 후속 사업 참여를 정부와 해군이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 모든 협력을 연결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2026년 7월 워싱턴에 개소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Korea-U.S. Shipbuilding Partnership Center)’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센터는 이미 양국 조선산업의 동반성장, 공급망 협력, 인력양성, 공동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전진기지로 출범했다.

이 센터를 단순한 연락사무소나 행정지원기관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양국 정부와 해군, 조선업체, 기자재업체, 금융기관, 대학과 연구기관을 연결하고, MRO 수요와 신조사업 정보를 공유하며, 법률·보안·수출통제 문제를 해결하는 상설 실행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MSRA를 비롯한 각종 자격 취득 지원, 전문인력 공동양성, 기자재 상호인증, 공동 연구개발과 지식재산권 보호도 센터의 핵심 임무가 되어야 한다.

한미 조선협력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단계에서는 MRO 사업을 확대하고, 2단계에서는 군수지원함·보조함과 함정 블록·모듈을 공동생산해야 한다. 3단계에서는 미국 현지 조선소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양국 공급망을 통합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미국의 관련 법률과 제도가 정비되는 것을 전제로 수상전투함 공동건조까지 발전시켜야 한다.

미국에는 해군력을 뒷받침할 조선산업 기반의 회복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능력을 해양방산 경쟁력으로 확장할 기회가 필요하다. 미국은 시장과 수요, 함정 설계와 전투체계 기술을 제공하고, 한국은 생산성과 건조기술, 숙련된 인력과 촘촘한 기자재 공급망을 제공할 수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의 문을 열고, 기업은 투자와 기술로 생산현장을 만들며, 군은 작전소요와 정비수요를 연결해야 한다.

한미 조선협력의 최종 목표는 미국 군함 몇 척을 한국에서 수리하거나 건조하는 데 있지 않다. 설계와 기자재 생산에서 건조·정비·인력양성·기술개발에 이르는 ‘한미 공동 조선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그것이 미국의 해양력 재건과 대한민국 조선·방산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동시에 이루는 진정한 호혜적 조선동맹의 길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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