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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홍산이 지난 3월 중국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런민비 펀드를 성공적으로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를 조성하면서 모금한 금액은 180억위안(약 3조 4200억원)으로, 지난해 중국에서 민간 벤처캐피털이 모금한 금액 중 최대 규모다. 런민비 펀드는 중국 비상장 기업에 직접 투자한 뒤 주식시장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펀드다.
FT는 “펀드에는 항저우 시(市)정부와 여러 민간 및 국유 보험 회사 등이 참여했다”면서 “세콰이어의 옛 중국 법인인 홍산을 창립한 닐 셴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닐 셴은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드론 제조업체인 DJI, 전자상거래 그룹인 메이퇀·알리바바·핀둬둬 등 중국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기술 투자를 주도해 왔다.
이번 신규 펀드 조성은 세콰이어가 지난해 6월 중국 법인을 미국 사업에서 완전히 분리한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세콰이어는 2022년에도 90억달러(약 12조 4600억원) 규모의 유사한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이번에 조성한 펀드보다 3배 이상 큰 규모지만 달러화 기반이어서 미국의 각종 대중 제재로 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반도체 등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민감한 기술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전면 통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후 해당 펀드뿐 아니라 회사 전반의 투자가 차질을 빚게 되면서 세콰이어는 중국 법인인 홍산을 미국 사업에서 완전히 떼어냈다.
최근 중국의 신생 기술기업들은 경제 및 부동산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기업가치가 폭락하고 주식시장 상장 계획도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홍산의 투자는 신생 기업들의 자금 조달 우려를 어느 정도 완화 또는 해소해줄 수 있다. 그 대가로 우대 조건 협상과 관련해선 강력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과의 기술패권 다툼과 관련해 중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실례로 홍산은 올해 ‘지푸’(Zhipu)와 ‘문샷’(Moonshot)이라는 스타트업 두 곳에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은 오픈AI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아울러 런민비 펀드는 비상장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때문에 민감한 기술에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산이 회사의 에너지와 노력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