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겪는 1위 업비트…코인 상장 기준 공적 규제 필요성 부상

김가은 기자I 2025.01.19 18:21:06

고객확인제도 미비로 금융당국 제재 임박
코인투자 열기가 스팀달러 등 알트코인 위험 키워
상장 기준, 일본처럼 당국에 맡기자…업비트도 사는 길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이 법적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제재 처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알트코인(비트코인외 가상자산)도 급등락을 반복, 업비트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현재 업비트를 비롯한 원화 거래소들은 자체 기준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닥사) 기준에 따라 상장과 상폐를 결정하고 있지만, 코인 상장 및 폐지에 대한 공적 규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사진=두나무)


◇고객확인제도 미비로 금융당국 제재 임박

지난 9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비트에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에 대한 제재를 사전 통지했다. 통지 내용은 신규 고객의 가상자산 입출금 3개월 제한으로, 거래소 폐쇄나 고객 유치 금지는 아니다. FIU는 업비트가 고객확인제도(KYC)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70만 건을 발견했으며, 미신고 해외 거래소 자금 파악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KYC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제도로, 국내 거래소는 3년마다 FIU 심사를 통과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이번 처분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21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소명 절차가 진행된다. 제재심을 거치면 처분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고, 해당 사실이 알려진 후로도 업비트의 거래량은 큰 변화가 없다.

업계에서는 제재 통지 자체가 업비트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에서 72.53%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으며, 빗썸(24.99%), 코인원(1.3%), 코빗(0.46%), 고팍스(1.16%)를 크게 앞서고 있다.

◇코인투자 열기가 스팀달러 등 알트코인 위험 키워

업비트가 독보적인 1위라는 점은 최근 오히려 위기 요인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친(親)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업비트에서 다시 코인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급증해서다. 이로 인해 비트코인뿐 아니라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스팀달러 역시 알트코인의 하나로, 테더(USDT)나 USD코인(USDC)처럼 법정화폐를 담보로 삼지 않고, ‘스팀’이라는 가상자산의 가치와 연동된 알고리즘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다. 12월 30일 업비트가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이후, 가격이 최대 1만원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스팀달러는 1월 9일 1만 6350원까지 상승한 후 상장폐지 공지가 나온 뒤 가격이 7000원대까지 떨어졌고, 이후 다시 1만원대로 회복했다.

문제는 스팀달러의 거래량의 90% 이상이 업비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2월 12일 상장폐지 이후 사실상 가격이 0원이 되고, 다른 거래소에서의 처분도 불가능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스팀달러의 99.38%는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나머지 0.62%는 중국 거래소 HTX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라-루나’ 사태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이에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스팀달러 상장폐지 이후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팀달러의 변동성 문제는 업비트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업비트가 거래량이 많아 일시적으로 투자가 몰릴 수 있다”면서도 “업계 1위 거래소로서, 가상자산 사업자(VASP) 갱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문제가 제기된 가상자산에 대해 내부 거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부와 함께 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장 기준, 일본처럼 당국에 맡기자…업비트도 사는 길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상장 기준의 부재를 지적한다. 가상자산 상장과 폐지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거래소들은 자체 보유한 기준과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가상자산 거래 지원 모범 사례’에 기반해 상장과 폐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공통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상이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업비트가 상장폐지를 공지한 비트코인골드는 코인원에서 별도의 입금 이벤트를 열어 투자자를 유치했다.

일본은 당국의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가상자산(94개)에 대해서만 거래소 상장을 허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가상자산위원회에서 활동중인 한 교수는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투기성”이라며, “가상자산이 효용을 창출하고 화폐의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발행자, 사용자,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상장 기준이 엄밀하게 적용돼야 한다. 또한 ICO 이후 자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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