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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중국이 보아오포럼에서 자유무역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 보아오포럼은 중국이 2001년부터 아시아 국가의 경제 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3~4월 여는 행사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빗대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린다. 올해는 23~26일 하이난성 보아오(博鼇)에서 ‘세계화·자유무역의 미래와 마주하다’는 주제로 열렸다.
장가오리(張高麗) 중국 부총리는 지난 25일 개막사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중국의 상품 수입규모가 8조달러(약 9000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대외교역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연간 수입액은 2조달러(약 2200조원) 남짓으로 특별히 늘어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그만큼 자유무역, 경제 세계화를 강조했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장 부총리는 또 같은 기간 6000억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75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비스나 제조·광업 등 각 부문의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외국 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과 채권 발행도 허용할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의 경제 세계화 동참을 당부했다.
올해 보아오포럼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리커창(李克强) 국무부 총리가 기조연설했던 이전 포럼보다 격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있다. 공교롭게 포럼 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3년 연속 참여해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불참했다. 저우 총재도 “각국 정치·경제 인사와 세계 무역을 논의했으나 구체적 성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미국을 대신하려는 중국이 이번 포럼을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선 변함이 없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올 5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판 실크로드) 정상회의’ 등으로 집중력이 분산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비록 포럼엔 불참했지만 축전을 보내 “세계, 특히 아시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힘을 합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가 더 주도적이고 포용적으로 경제 세계화를 펼쳐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리 총리 역시 포럼 기간인 이달 22~29일 여드레 일정으로 호주와 뉴질랜드를 찾아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 합의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RCEP는 미국의 탈퇴로 사실상 와해된 12개국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대체할 자유무역 협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