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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재간이 없다"…美 에너지기업 줄파산

권소현 기자I 2016.05.17 10:36:08

최근 유가 반등에도 챕터11 신청 잇달아
올들어 29개 기업 법원행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최근 유가가 반등하면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5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미국 에너지 기업 파산은 줄을 잇고 있다. 저유가 시대에 버텨보려 안간힘을 쓰던 에너지 기업들이 하나둘씩 나가떨어지는 모양새다.

16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에 위치한 셰일오일 채굴업체 샌드리지에너지가 미국 연방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했다고 CNN머니가 보도했다. 샌드리지는 40억달러 가량의 부채를 갚지 못해 미국 파산보호 신청 에너지 기업 중 2위에 올랐다.

1위는 지난주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린에너지로 1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다. 15일에는 에너지 채굴 및 생산업체인 브레이트번에너지파트너스가, 지난주에는 셰일오일 채굴업체인 펜버지니아가 빚 못 갚겠다고 두 손 들고 법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2월 말 저점을 기록한 이후 유가가 80%가량 올라 배럴당 50달러에 근접했지만 에너지 업계는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이들 에너지 기업은 대부분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서자 앞다퉈 대규모 대출을 통해 원유 채굴에 나섰다. 그러나 2014년 말부터 유가가 급락하자 원유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손에 쥐는 현금도 쪼그라들었다. 빚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 갚는 데에도 허덕이는 상황이다.

로펌인 헤인스 앤 분에 따르면 올 들어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에너지 기업은 총 29개에 달한다. 지난해 초부터 계산해보면 최소 64개 기업이 챕터11을 신청했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레이팅스는 지난 1년간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진 에너지 탐사 및 생산기업의 회사채 중 파산율은 2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면서 올해 말 이 비율은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 구조조정 업체인 솔릭캐피탈의 조지 코트소니콜리스 이사는 “미국 에너지 업계에는 유례없이 닥치는 대로 채굴하고 투기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며 “거품이 꺼지고 침체 사이클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샌드리지에너지만 봐도 이미 지난 3월부터 파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업 주가는 2008년 주당 80달러를 웃돌았지만 최근 2센트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2014년에는 채굴한 원유 1배럴당 90배럴에 팔았는데 작년에는 46달러밖에 못 받았다. 지출감축과 자산매각, 채권단과의 협상을 통해 부채를 줄여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법원 신세를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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