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슐럼버거 자회사 슐럼버거 오일 필드 홀딩스가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으로 2억3270만달러(약 2562억원)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법무부와 합의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재를 어긴 혐의에 대한 벌금은 1억5510만달러(약 1708억원)로 제재 위반에 대한 벌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또 법무부는 슐럼버거가 불법으로 취득한 이익에 대한 7760만달러(약 854억원)도 몰수한다.
슐럼버거 오일 필드 홀딩스는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국가들과 일체 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위반하고 이란, 수단과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슐럼버거는 미국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이란과 수단에 석유 시추 장비를 수출해왔다. 또 슐럼버거는 직원들에게 사내 컴퓨터 시스템에서 지출 내역을 허위로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이 이란과 수단에 대한 제재를 20년 넘게 유지해왔지만 슐럼버거는 카리브해 지역에 등록한 법인을 통해 합법적으로 이들 국가와 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미 법무부와 상무부가 지난 2009년부터 6년간 조사한 결과 미국에 있는 슐럼버거 직원들이 개입된 것이 드러나면서 미국 당국에 적발됐다.
이번 벌금 부과로 슐럼버거는 악재가 겹치게 됐다. 지난해 석유 공급과잉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슐럼버거의 석유 시추시설이나 천연가스정을 뚫는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 수익은 전년 대비 82%나 줄었으며 올초에는 9000명 인원 감축을 했다. 지난 6개월간 주가는 20% 떨어졌다.
최근 미국 정부는 다국적 기업과 은행을 대상으로 제재를 위반한 혐의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 HSBC, 바클레이, 스탠다드차타드 등도 벌금을 물어야 했다. 이들 기업들의 벌금 납부 금액에는 불법적 이득에 대한 몰수에 해당하는 벌금이 큰 규모를 차지했으며 벌금 규모로는 슐럼버그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BNP파리바는 88억달러를 몰수당했지만 벌금은 1억4000만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