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기업회생에 가장 큰 변수였던 관계인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던 배경에는 쌍용차 관리인을 비롯해 상거래 채권단 대표단과 노동조합이 합심해 끝까지 채권자들을 설득한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쌍용차 기업회생의 운명을 가를 관계인집회 개최 사흘 전까지만해도 회생계획안 통과 조건(회생채권자 3분의 2(약 67%) 동의)에 크게 못 미치는 동의율을 기록해 회생계획안 가결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회생채권자의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상거래 채권단 중 채권 규모가 큰 캐스팅보터 현대트랜시스, 희성촉매 등 일부 협력사들과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회생계획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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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관리인을 비롯해 상거래 채권단, 노동조합이 합심한 결과 지난 26일 개최된 관계인집회에서 상거래 채권단이 포함된 회생채권자의 95.04% 동의라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쌍용차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 100%, 출석 주주 100%의 회생계획안 인가 동의도 얻었다. 이는 관계인집회 통과 요건을 월등히 웃돈 것이다. 관계인집회 통과 요건은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였다.
쌍용차는 상거래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정 관리인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쌍용차는 구매와 생산 등 분야별로 직원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상거래 채권단 관계자들 직접 만나 회생계획안 동의를 설득했다. 직원들이 설득하기 어려우면 상거래 채권단 관계자들은 임원들이 직접 만나 설득했다. 임원들도 설득이 안되면 정 관리인이 직접 만나 관계인집회 직전까지 설득 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정 관리인은 회생채권액의 약 25.6%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 설득에도 주력했다. 인도와 한국의 시차는 약 4시간인 만큼 관리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차례의 화상회의를 통해 회생계획안 동의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낮은 현금 변제율을 통보받고 반발하던 상거래 채권단도 점차 회생계획안 동의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분야별 협력업체 대표자들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 대표단의 역할도 적잖았다. 상거래 채권단은 쌍용차 협력업체 340여개사로 구성됐다.
앞서 상거래 채권단은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등에 변제율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내용의 호소문까지 제출했다. 특히 상거래 채권단은 산업은행 등이 받을 연체이자가 너무 높아 상거래 채권단에게 돌아오는 현금이 너무 적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종 인수 예정자인 KG그룹은 기존 인수대금인 3355억원에 현금 300억원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아울러 상거래 채권단이 받아야 하는 공익채권 2500억원도 연내 변제키로 했다. KG그룹의 ‘통큰 결단’으로 상거래 채권단의 현금변제율은 기존 6.79%에서 13.97%로 상향조정됐다. 주식을 포함한 실질변제율도 약 36%에서 41.2%로 높아졌다.
상거래 채권단 대표단 관계자는 “KG그룹의 결단이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KG그룹이 3355억원이라는 인수자금에 더해 3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쌍용차 인수에 대한 KG그룹의 강력한 의지와 진심이 느껴졌다”며 “아직 변제율에 대해 아쉬움이 있지만 KG그룹과 함께 쌍용차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자는 마음이 들어서 회생계획안 동의에 반대하는 채권단 설득 작업에 열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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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생존역량 겸비한 기업으로 재탄생해 보답”
쌍용차 노조도 한몫했다. 선목래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관계인집회를 보름 정도 앞두고 상거래 채권단에 마음 어린 호소를 담은 자필 편지를 보냈다. 선 위원장은 자필 편지에서 “관계인 집회 통과를 통해 KG그룹과 백년대계를 함께 꿈꿔보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노조는 협력과 상생의 노사 문화를 통해 세간의 망해가는 회사, 어차피 안 될 회사라는 오명을 씻고 다시 무쏘·코란도로 대표되던 작지만 강한 쌍용차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 개인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쌍용차 조합원을 대표하는 제 이름을 걸고 약속드리겠다”며 “일기일회의 각오와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쌍용차 노조와 임직원들은 374억원에 달하는 임금채권 미지급금 출자전환도 결정했다. 국내에서 기업회생 절차를 밟았던 구조조정 기업들중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임금채권 미지급금에 대한 출자전환을 동의한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다. 이는 인수 주체인 KG그룹과 쌍용차 노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작물로 국내 기업 노사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관리인은 “쌍용차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수 있도록 많은 이해와 지원을 해 주신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향후 회생계획안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장기적 생존역량을 겸비한 기업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채권단과 각 이해관계자 그리고 쌍용차를 믿어준 고객들에게 반드시 보답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