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상호관세율은 ‘상한선’이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시국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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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호관세를 발표했다.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적용해 5일부터는 모든 국가에 10% 기본관세를 부과하고, 9일부터는 무역적자를 크게 기록하고 있는 한국 등 무역적자가 큰 국가에는 개별적인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 부과 국가 외에는 10% 기본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교역국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 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라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면서 “오늘 드디어 우리는 미국을 앞에 둘 것”이라면서 “이것이야 말로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상호관세는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장벽, 환율정책, 부가세 등을 종합해 미 상무부와 USTR(미 무역대표부) 등이 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평균 관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고 주장했는데, 관세부과가 현실화된 것이다. 2023년 기준 미국의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평균 3.3%이고 한국은 13.4%이지만, 미국과 한국은 한미FTA 체결로 미국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평균관세율은 0.79%(실효세율 기준)이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한국의 대미 관세율 50%을 어떻게 책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다. 다만 한국의 비관세장벽, 쌀 등 농산품에 대한 관세율, 환율정책 등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서 “한국이 미국산 쌀에 실제 50%~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을 타깃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무역흑자가 많기 때문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가 증가한 1278억달러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난 것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늘리면서 중간재 수출이 확대된 측면도 많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세부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대미흑자가 많은 국가는 ‘더티(dirty) 국가’로 보고 고율의 관세율을 부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을 포함한 국가들은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자국민의 국내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했다”며 “이러한 정책에는 퇴행적 세금 제도, 환경 파괴에 대한 낮은 또는 강제적이지 않은 처벌, 생산성에 비해 근로자 임금을 억제하려는 정책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특정 미국 표준 불수용, 중복 테스트 및 인증 요건, 투명성 문제 등 일본과 한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직면해 있다”며 “이러한 비호혜적 관행으로 인해 미국 자동차 업계는 연간 135억달러의 대일 수출과 한국의 수입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를 추가로 잃고 있으며, 미국의 대 한국 무역 적자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에는 10%의 기본 관세율을 책정했다. 이는 관세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상호관세율을 피해 우회하는 무역거래를 일부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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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60여개 국가에 추가 관세율이 부과된 만큼 각국은 상대 관세율을 보며 이해관계를 따져야 한다. 우리나라와 대미 수출 경쟁국인 일본(24%), 유럽연합(20%)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부과받은 만큼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중국이 그나마 34%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으며 기존 20% 관세에 총 54%포인트 관세율(일부 상품의 경우 100%에 달함)이 추가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외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에 32%, 인도에 26%, 태국에 36%, 스위스에 31%, 인도네시아에 32%, 말레이시아에 24%, 캄보디아에 49%, 영국에 10%, 남아프리카공화국에 30%의 상호관세율이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경우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가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반도체를 대거 생산하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서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율도 상당히 높아 생산기지를 대거 이동해야할 상황에 놓인 점은 불리하다.
마약과 이민 문제로 25% 관세를 매기기로 한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별도의 상호관세 발표가 없었다.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USMCA)를 적용한 제품에는 0%의 관세가 계속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제품에는 25%의 관세가 적용한다. 당분간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USMCA를 적용한 상품 수출이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멕시코에 일부 상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다만 이번 상호관세는 무역법232조에 따라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물품,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구리, 의약품, 반도체, 목재 등 향후 232조 관세가 될 수 있는 물품, 금괴, 미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에너지 및 기타 특정 광물 등에는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밝혔다. 이들 제품은 이미 25%의 관세율을 부과했거나 앞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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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상호관세 조치가 9일부터 부과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여지가 있다. 앞으로 일주일 후에 시행하겠다는 것은 이 기간동안 각국과 협상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이날 배포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오늘 발표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와 근본적인 비상호적 대우로 인한 위협이 충족, 해결 또는 완화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효하다”고 밝혀 향후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으로 일주일간 각국이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각축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미 투자확대, 비관세장벽 해소 등 카드를 얼마나 제출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이 낮아지는 ‘게임’이 펼쳐질 예정이다.
스콧 베센트 장관은 2일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보복하려 하지 않는 게 좋다”며 “보복하지 않는 한, 이번 발표는 (관세 인상의) 상한선”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