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중동으로 대규모 탄약을 이동시키면서 유럽 주둔 미군의 일부 무기 재고가 ‘임계치를 넘어 위험한 수준(beyond critical)’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PAC-3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지대지 미사일인 ATACMS의 유럽 재고가 심각하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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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된 탄약 규모도 상당하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7월 중순까지 이란전에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약 1700발과 THAAD 요격미사일 200발 이상을 사용했다. 미 해군 함정들도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기 위해 SM 계열 요격미사일 약 150발을 발사했다. 이란은 전쟁 기간 15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과 6000기의 대형 드론을 발사한 것으로 미국 당국은 추산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능력이다. 미국은 동맹국에 이미 판매한 무기의 공급도 지연되고 있다. 전쟁으로 소진한 재고를 단기간에 보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부 미국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중동으로 이동한 무기를 원래 위치로 되돌리고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탄약 부족은 미국의 대중국 억지 전략에도 부담이다. WSJ는 무기 재고 감소로 미국 당국 내에서 중국이 가까운 시일 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이 기존 비상계획을 완전히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유사시에는 항공모함과 전투기뿐 아니라 중국의 탄도·순항미사일을 요격할 패트리엇과 THAAD 등 방공체계, 장거리 정밀타격용 미사일이 필요하다. 이란전에서 이들 무기를 대규모로 소모하면서 미국이 중동과 인도·태평양, 유럽에서 동시에 군사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전략적 변수로 떠올랐다.
러시아를 둘러싼 유럽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유럽의 나토 동맹을 시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국은 유럽에 배치한 일부 방공전력을 중동으로 이동시킨 상태다. 여기에 미 국방부가 유럽 주둔 미군의 군사태세를 재검토하고 있어 동맹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탄약 고갈’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백악관은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글로벌 위협에 대응할 충분한 미사일과 탄약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해외 미군의 탄약 부족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전쟁은 미국 군사력의 또 다른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에서는 압도적인 전력이 있지만 장기전에서 빠르게 소모되는 요격미사일과 정밀유도무기를 얼마나 신속하게 생산해 재고를 회복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이 아시아에 배치했던 무기와 방공자산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역내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 동시에 미국산 무기 공급 지연이 지속하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자체 방공망과 탄약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질 수 있다. 이란전은 미국에 ‘다중전선 대응 능력’이라는 숙제를 던졌다. 미국의 군사력 경쟁력은 이제 첨단무기의 보유량뿐 아니라 전쟁에서 소모되는 탄약을 얼마나 빠르게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방부 관료를 지냈고 현재 애틀랜틱 카운슬 싱크탱크의 선임 연구원인 대니얼 샤피로는 “이란은 주체적인 행동력을 갖고 있다”며 “이란은 막대한 고통을 감수할 의지도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에 고통을 가할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수단에는 미국이 확실히 대응해야 할 군사 행동을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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