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한파 속 옥석 가리기…차별화 전략이 가른 신생 PE 펀드레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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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지 기자I 2026.01.09 06:44:03

차별화 전략으로 자금 땡기는 미국 신규 GP들
지난해 북미서 신생 블라인드펀드 출자만 10.4조원
유럽은 신규 GP에 기회 더 많이 부여…23% 증가
LP풀 제한적인 우리나라는 프로젝트 펀드로 승부

[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누구냐보다는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블라인드펀드(blind fund·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자금을 미리 모집하고 이후 투자처를 물색해 투자하는 방식) 펀드레이징 환경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신생 운용사들의 자금 조달 여건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운용사 간 희비를 가르는 기준이 한층 분명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신생 PEF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기관투자자(LP)들이 보수적인 출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자금이 대형 운용사로 쏠리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어서다. 그 여파로 신생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 여건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투자 전략이 명확한 일부 운용사들은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도 펀드 결성에 성공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하우스 인지도보다 어떤 전략으로, 어떤 시장을 공략하느냐가 펀드레이징 성패를 좌우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美서 증명된 전략…"차별화가 돈 끌어당긴다"

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북미 지역에서 결성된 신생 사모펀드운용사들이 결성한 첫 블라인드펀드의 출자 약정 규모는 총 72억 달러(약 10조437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13억 달러) 대비 36% 줄어든 수치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존 펀드의 자금 소진 속도가 둔화됐고, 이에 따라 LP들의 출자 여력도 위축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시장에서는 검증된 대형 GP로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 아직도 뚜렷하다. 신생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펀드 결성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일부 운용사들은 특정 산업이나 투자 구조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앞세워 성과를 냈다. 개별 투자 대상은 특정하지 않되, 투자 지역과 섹터, 자산 유형을 명확히 규정한 전략형 블라인드펀드를 앞세운 곳이 승기를 잡은 것이다.

실제 지난해 결성을 마친 상위 5개의 첫 블라인드펀드는 모두 명확한 투자 테마와 운용진 개개인의 트랙레코드가 두드러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산업·서비스와 헬스케어 섹터에 집중한 신생 운용사들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예컨대 굿스프링캐피털은 창업주 및 패밀리 소유의 중견기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 전략을 내세워 5억7000만 달러 규모의 첫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미국 원주민 자치정부이자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LP인 치카소네이션의 앵커 출자가 펀드 결성에 힘을 보탰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큐어웰캐피털은 헬스케어 서비스와 제약·의료기기 산업 내 중소기업 인수 전략으로 5억3500만달러(약 7761억원) 규모의 1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콜로라도 기반의 자산운용사 '원보우리버'도 방산과 국가안보 핵심 기술에 특화한 전략을 앞세워 5억달러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신생 GP에 더 열려있는 유럽…한국은 프로젝트 위주

유럽 시장은 북미와는 다소 다른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유럽의 신규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총 42억유로(약 7조1177억원)를 조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2022~2023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점에서 북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펀드레이징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에선 전략이 분명한 신생 운용사를 중심으로 선별적인 자금 집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과 인프라, 특수상황 등 특정 테마에 집중한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국내 시장의 상황 역시 북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생 운용사를 둘러싼 펀드레이징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가운데 LP들의 출자 기준은 한층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운용진의 과거 트랙레코드에 더해 특정 산업이나 투자 구조에 대한 전문성이 사실상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 LP 풀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구조적 특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펀드레이징에 실패할 경우 재도전의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신규 운용사들 사이에서는 초기 전략 선택에 대한 압박이 미국이나 유럽 대비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해 단순한 블라인드펀드보다는 투자처를 구체화한 프로젝트 펀드를 앞세워 자금 유치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형식상 블라인드펀드라 하더라도 투자 섹터와 전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 않으면 LP의 테이블에 오르기조차 어렵다"며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큰 환경에서 신생 운용사들은 보다 선명한 테마형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불확실성이 클수록 전략과 실행력이 분명한 운용사에는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인식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신규 GP를 국내 LP들이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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