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은 글이나 그림, 일러스트 등 창작물을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문·제작하는 거래다. 한때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부 ‘서브컬처’ 팬들끼리 이뤄지던 개인 간 거래가 안전결제와 번역, 해외 결제를 갖춘 플랫폼을 만나 하나의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미국에서도 커미션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국경을 넘는 창작자 경제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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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미션 시장의 성장은 서브컬처의 주류화와 맞닿아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은 2034년 11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관련 콘텐츠와 굿즈를 소비하는 ‘오시카쓰’ 시장은 약 36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서브컬처 행사 애니메 엑스포 2025는 41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약 1523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국내에서도 굿즈 소비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캐릭터 굿즈를 찾는 팬들이 몰리며 ‘서브컬처 성지’로 떠오른 AK플라자 홍대점은 지난해 98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뮷즈’ 매출도 2025년 413억원으로 1년 만에 약 두 배 늘었다.
최근에는 이미 만들어진 굿즈를 구매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만을 위한 창작물을 소유하려는 수요로 소비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미션 거래 시장 규모는 최소 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브컬처 커미션 중개 플랫폼 크레페(CREPE) 운영사 쿠키플레이스의 장동현 공동대표는 “실제 수요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며 “커미션 문화 향유자들은 창작 과정 자체를 덕질의 과정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자캐 그려주세요”…美·英서도 커미션 작가 찾아
실제 커미션에서는 기성 상품으로 채우기 어려운 세분화된 취향이 거래된다.
미국의 한 이용자는 사람이 아닌 캐릭터 두 명을 한 장에 함께 담고 싶었지만 이를 그려줄 작가를 찾기 어려웠다. 그는 크레페에서 캐릭터의 종족과 형태에 관계없이 작업을 받는 창작자를 찾아 두 캐릭터가 한 쌍을 이루는 ‘2인 페어’ 커미션을 의뢰했다.
영국의 한 이용자는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만든 캐릭터 4명을 한 작품에 담아달라고 주문했다. 서브컬처에서는 이런 캐릭터를 ‘자캐’라고 부른다. 창작자는 작업 진행본을 공유하며 수정 요청을 반영하고 캐릭터별 성격까지 살렸다.
이처럼 커미션은 완성품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모습과 관계, 구도 등을 창작자와 조율하며 자신만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소비라는 점이 특징이다.
SNS 직거래에서 ‘안전거래 플랫폼’으로
과거 국내 커미션은 주로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개인 간 직거래(C2C)로 이뤄져 선입금 후 작업물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커미션론’ 문제가 잦았다. 크레페는 창작자와 신청자의 1대1 거래를 중개하고 안전결제를 제공해 이런 불안을 낮췄다.
플랫폼화는 해외 수요 확대와도 맞물렸다. 크레페의 지난해 해외발 거래액은 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 늘었으며, 글로벌 잘파세대 여성을 중심으로 국내 창작자에게 직접 의뢰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日·中·美도 플랫폼 확산…국경 허무는 커미션
해외에서도 커미션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의 스케브(Skeb)는 사전 협의와 수정 요청을 제한하는 대신 익명 신청, 자체 번역, 알리페이·위챗페이·카카오페이 등 다국적 결제를 지원한다. 픽시브 리퀘스트(pixiv request)는 제3자가 기존 의뢰에 후원해 같은 작업물을 받는 합류(Co-request) 기능으로 비용 부담을 낮췄다.
중국에서는 지식재산권(IP) 보유 기업이 직접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원신’ 개발사 미호요와 빌리빌리는 커미션 플랫폼 미화시의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창작자 30만명이 활동하는 드로우 마켓(Draw Market)은 안전결제와 실시간 채팅 번역을 제공한다.
미국에서는 버추얼 유튜버 시장 성장과 함께 브이젠(VGen)이 부상했다. 버튜버·스트리머와 창작자를 연결하고 국가별 통화를 자동 환산해 보여준다. 큐와이리서치는 글로벌 가상 아이돌·버튜버 시장이 2032년 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플랫폼들이 안전거래와 다국어 번역, 해외 결제를 갖추면서 SNS의 비공식 개인거래에 머물던 커미션 문화도 점차 글로벌 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서브컬처 업계 관계자는 “커미션 문화는 일반적인 소비자간거래(C2C) 플랫폼이 담아내기 어려운 고관여 영역”이라며 “서브컬처 씬의 다채로운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여 안전한 기술과 서비스로 언어화한다면 지속 가능한 커미션 거래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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