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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어느 중학교 영어수업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주말마다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행복한 가족의 예로 제시한 교과서 내용을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한 학생이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부모가족’의 학생이었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가 점점 깨져가고 있는 지금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21를 이끌고 있는 연출가 김재엽의 신작 ‘가족병(病)-혼자라도 괜찮을까?’(이하 ‘가족병’)다. 문화예술콘텐츠로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을 진행해온 명랑캠페인이 제작했다.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극장 혜화당에서 개막한 작품은 독특한 극 구성으로 가족의 현실을 보여준다. 자녀를 이유로 이혼하지 않고 억지로 갈등을 참는 부모, 부모의 이혼 이후 아이들의 심리 변화, 한부모가족에 무심한 유치원과 학교의 모습 등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가운데 12명의 배우가 역할을 바꿔가며 연기한다.
김재엽 연출은 “한부모가족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아서 리서치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한부모가족에서 자란 아이는 정상적으로 크지 못할 것’이란 우월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게 다 편견과 선입견이었다. 이런 것들을 공부하는 과정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부모가족 내에서 아이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부모의 모습 등을 연극으로 풀려고 했다. 그런데 이를 상상력을 가미한 드라마로 만드는 건 또 다른 선입견을 만드는 것 같았다”며 “커뮤니티공연의 성격도 있는 작품이라 지금처럼 육아법을 알려주는 듯한 다소 계몽적인 구성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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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도 작품을 만들면서 가족을 돌아보게 됐다. 양은주는 “모성과 부성에 대한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하면서 어릴 때 나는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내 부모님은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어떻게 교육을 받았는지 생각했다. 부모를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원조는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아이를 지켜본다면 건강하게 자랄 것이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가족병’이란 제목은 한부모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전통적인 가족을 추구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작품은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부모의 존재 여부가 아닌 사랑과 관심임을 강조한다.
김 연출은 “가족에 대해 새로운 태도를 취해야 할 때다. 가족이란 말을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며 “이기적인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가족이 진정한 소통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 어떻게 자라왔는지 돌아보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오는 31일까지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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