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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출시이후 ‘언어’로 지시해 시를 짓고, 그림 그리고, 영상을 만드는 생성형AI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달리(DALLE)나 미드저니(Midjourney)만 해도 일반인이 혼자 힘으로 멋진 그림을 만들긴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게 프롬프트 베이스(promptbase), 프롬프트 히어로(prompthero)같은 사이트. 정제된 프롬프트를 복사하고 수정해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생성형AI를 위한 고품질의 프롬프트(지시어)를 한 데 모아 판매하는 사이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뜨고 있다.
‘인문학과 엔지니어링 조합’ 프롬프트 엔지니어
16일 업계에 따르면 사람과 초거대 언어모델(LLM) AI 간 소통 수단인 ‘프롬프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프롬프트 마켓플레이스’들이 잇따라 출시된 데 이어 적합한 지시를 해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목적의 프롬프트를 만들고 검증하고 문서화하는 역할을 한다. 생성형AI의 기술적인 원리를 이해는 것은 물론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하다. 성능 평가를 통해 동일한 품질이 나와야 하기에 ‘인문학과 엔지니어링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AI포털을 추구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국내 IT 업체 최초로 얼마전 ‘프롬프트 엔지니어’ 직군을 공개채용했다. ‘연봉 최대 1억원’이란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김태호 뤼튼레크놀로지스 이사는 “실리콘밸리 에선 3,4억 원의 연봉에 채용했고 영국 로펌도 채용을 시작했다”면서 “저희도 얼마전 채용했는데 그가 필요한 이유는 프롬프트 설계가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글이 투자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연봉 3억∼4억을 내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찾고 있고, 영국 법무법인 ‘미시콘 데 레야’는 법률 지식을 갖춘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 중이다.
CTO 자질로도 부각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별도 직군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반대로 앞으로 기업의 최고 기술책임자(CTO)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재인 카카오브레인 경영전략실장(부사장)은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고도화되면 파인튜닝(미세조정) 시장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면서 “반대로 프롬프트는 중요해질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언어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부각될 것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특정 업체의 CTO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시대에 따라 ‘똑똑한 사람’의 기준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태호 뤼튼 이사는 “똑똑한 사람의 기준이 검색 서비스 이전엔 모든 걸 암기하는 백과사전형이었다가, 누가 더 인터넷 검색을 잘하는가로 바뀌지 않았나, 앞으론 누가 프롬프트를 더 잘짜서 AI와 대화를 잘하는 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롬프트 해커톤도 열려
‘프롬프트’와 ‘해커톤’의 합성어인 ‘프롬프톤’도 열리고 있다. 뤼튼은 자사 프롬프트 개발 툴로 ‘프롬프트 아이디어 + 구현 + 발표 과정’을 수행하는 일종의 해커톤을 열었다. 코딩을 할 줄 모르는 비개발자들도 꽤 많이 도전했다.
김태호 이사는 “지난 4월 도쿄, 5월 서울에서 열었는데 자영업 사장님들을 위한 ‘쇼핑몰 리뷰 답글 생성기’ 등이 결과물로 나왔고 뤼튼 홈페이지에서 서비스되고 있다”면서 “성균관대, 연세대, 도로교통공단, 로앤굿과도 진행 중인데,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영역별로 개인화된 프롬프트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자사 모델 기반 파인튜닝 활용 대회도 열려
한편 자사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파인튜닝(미세조정)’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이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행사도 열린다.
뤼튼은 오픈AI의 GPT 3.5와 GPT4를 가져다 쓰는 등 자체 모델이 아니어서 자사 프롬프트 툴 공개로 서비스 확산을 노리나 네이버가 준비 중인 ‘네이버 AI 러시(RUSH)’행사는 ‘하이퍼클로바X’라는 자체 모델을 활용한다. 스타트업과 대학(원)생에게 ‘하이퍼클로바X’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이를 활용한 자체 서비스를 데모 형식으로 구축해 선보이는 행사다.
일단 헬스케어, 콘텐츠, 데이터, 교육 등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는 총 20개의 기술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8월 1일부터 대학(원)생 참가자 모집도 시작한다.
네이버클라우드 AI Innovation 하정우 센터장은 “네이버는 2년 전 공개한 하이퍼클로바를 700여개 스타트업에 제공하고,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하며 AI 비즈니스 생태계를 글로벌에서도 가장 앞선 수준으로 조성해왔다”면서 “이번 네이버 AI RUSH를 통해 스타트업의AI 혁신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학생이나 연구기관 등 더 넓은 초대규모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