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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실상 독점 생산 금속 수출 통제…협상 지렛대 삼을 듯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전날 8월 1일부터 갈륨, 게르마늄과 그들의 화합물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금속의 수출을 위해서는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수출업자들은 해외 구매자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보고해야 한다. 중국은 전세계 갈륨과 게르마늄의 94%, 83%를 각각 생산하고 있으며, 제련·가공 분야에서도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통제 발표는 옐런 장관이 6~9일 중국을 방문한다는 계획 발표 뒤 불과 몇 시간 뒤에 나왔다. 미국이 이달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중 수출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이번 수출 통제를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GT)는 “옐런 장관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와 중국 기업 제재 등 경제·무역 분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첨단 반도체와 통신 장비,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패널, 야간 투시경,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금속으로, 미 지질조사국은 갈륨과 게르마늄을 50대 중요 광물로 정하고 있다. 미국이 갈륨과 게르마늄을 공급받지 못하면 항공·우주·군사용 기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에서 2021년 사이 미국이 수입한 갈륨의 53%가 중국산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폴 트리올로 연구원은 “(갈륨과 게르마늄과 같은) 중요한 광물의 공급망은 일부라도 다시 만드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이러한 수출 통제를 잠재적인 협상 카드로 보고 있으며, 미국과 서방 국가를 설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칩 안 주면 원료 안 보내”…韓·대만 반도체도 타격 불가피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산화갈륨과 질화갈륨도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갈륨 관련 품목에 포함돼 한국과 대만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WSJ은 “이번 수출 통제는 첨단 반도체 부문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에서 설계하고 한국과 대만에서 위탁 생산하는 반도체에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중국의 조치는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 조치 성격도 짙다. 네덜란드가 지난달 30일 반도체 장비 수출에 대해 추가 규제를 발표, 중국은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이어 일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도 더이상 수입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GT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미국과 일부 동맹국이 중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며 “최근 네덜란드가 미국의 압박으로 특정 첨단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제한했는데 이는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알라스테어 닐 미 주요광물협회 이사는 “중국에 고급 칩을 보내지 않으면 중국은 해당 칩에 필요한 고성능 원료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특히 고성능 칩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갈륨과 게르마늄 모두 희귀 금속은 아니어서 독일과 우크라이나, 일본 등에서 대체 생산에 나설 수도 있다. 중국이 오랫동안 두 금속을 값싸게 수출한 탓에 다른 나라에선 싸게 추출할 수 있는 시설이 드물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 외 나라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입할 경우 비용이 올라가고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