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직장 내 괴롭힘’(직내괴)을 신고해도 비징계 조치에 그치거나 불문 종결하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경찰 문화 속에서 용기를 내 신고해도 가해자는 사실상 징계를 받지 않는다. 분리 조치가 되더라도 순환 보직 구조상 언젠가 다시 마주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피해자들이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관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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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이데일리가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경찰청에서 받은 ‘갑질·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경찰청 내부비리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2023년 60건, 2024년 80건, 2025년 88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올해도 36건(6월24일 기준)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감찰에 착수한 사건은 2023년 44건, 2024년 57건, 2025년 62건이었다. 올해도 23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나머지는 신고취하 등으로 조사 착수 전에 종결됐다.
문제는 실질적인 징계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이다. 2023년 감찰에 착수한 44건 가운데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건은 8건에 그쳤다. 주의·경고 등 징계에 못 미치는 조치를 받은 사건이 15건, 나머지 21건은 불문 등으로 종결돼 사실상 기각됐다. 신고가 조사로 이어져도 절반 가까이는 아무런 처분 없이 끝난 셈이다.
이런 흐름은 매년 반복됐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감찰 착수 163건 가운데 징계위원회 회부는 32건(19.6%)으로 5건 중 1건에 그쳤다. 처분 수위도 낮았다. 같은 기간 최종 처분 90건(다른 비위 경합 포함) 중 파면은 한 건도 없었다. 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는 7건(7.8%)에 그쳤다. 반면 경고·주의는 58건(64.4%)으로 가장 많았다. 경찰청 예규상 경고는 1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져 이후 보직 제한 등의 제약도 없다.
실제 경고 처분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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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나온다는 것이다. 이데일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료에 따르면 갑질·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해 등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례는 최근 5년간 6건에 달했다. 지난달 17일에도 부천소사경찰서 소속 A 경장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그는 상사의 부당한 행위를 유서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관련 과장의 갑질 의혹을 감찰 중이다.
경찰병원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경찰병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전 의료경영기획실장 B씨는 2023년 회식 자리에서 직원에게 폭언을 하고 상을 엎은 데 이어, 자신과 갈등을 빚은 직원에게 불이익을 준 정황 등이 확인돼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하지만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B씨는 진료1부장과 병원장 직무대리를 맡았을 뿐만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에도 병원장 직무대리 자격으로 출석했다. B씨는 이후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0만원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논란이 커진 뒤인 지난해 12월에서야 직무대리에서 해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 경찰관은 “민간 기업과 비교하면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해도 순환근무를 하다 또 만날 수 있는 사람을 신고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대령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 위원장은 “신고가 적거나 조사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조직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피해자가 말할 수 없는 조직이라는 방증”이라며 “경고만 받고 더 좋은 보직을 받는 사례가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고 학습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내부의 괴롭힘 문제가 결국 대국민 치안 서비스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홍기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는 “공무원 징계령상 갑질은 정직·감봉 등 중징계부터 시작하고 포상 감경도 안 되는 엄중한 제재 대상인데, 경찰에서 주의·경고만으로 끝나는 게 60%를 넘는다는 건 매우 놀랍다”며 “조직을 믿고 용기 내 신고한 피해자에게 이런 결과는 사실상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직 내 부당한 처우가 시민과의 관계에서도 부당한 경찰권 작용으로 발현된다는 다수의 연구 결과가 있다”며 “갑질 징계 처분자의 피해자 인접 관서 배치 제한을 명문화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동시 근무가 자동으로 제한되는 인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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