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3000m 계주는 오랫동안 한국의 ‘안방’과 같은 종목이었다.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 네 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아홉 차례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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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은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의 결단이었다. 그전까지 절친이었던 최민정과 심석희(서울시청)는 평창 대회 이후 서로 말도 섞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당시 불거진 고의 충돌 의혹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났지만 둘 사이에는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다. 다시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서로 접촉을 최소화했다. 대표팀 입장에선 계주에서 최선의 전략을 짤 수 없었다.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힘이 좋은 심석희가 스피드가 뛰어난 최민정을 강하게 푸쉬하는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 우리 대표팀의 핵심 전략이 사실상 봉인됐다.
하지만 2025~26시즌을 앞두고 최민정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선수는 다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심석희가 밀어주고, 최민정이 앞으로 치고 나가자 곧바로 성과가 나왔다. 끊어졌던 연결고리가 다시 이어지자 대표팀의 레이스는 곧바로 달라졌다. 올림픽 개막 직전 맞이한 심석희의 생일 때 최민정도 함께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계주 금메달은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19일(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승. 한국은 레이스 중반까지 이탈리아, 캐나다에 뒤져 3위권에 머물렀다.
이때 회심의 한방이 터졌다. 결승선 5바퀴를 남기고 직선 주로에서 심석희가 최민정을 강하게 푸쉬했다. 탄력을 받은 최민정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이어 최민정의 기세를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이어받아 이탈리아까지 추월하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기록은 4분04초014. 8년 만의 금메달이었다.
경기 후 최민정과 심석희는 태극기를 함께 들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돌아온 심석희는 눈물을 흘렸다. 갈등과 오해, 긴 침묵을 지나 다시 한 팀으로 선 순간이었다.
스포츠에서 ‘원팀’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를 외치기는 쉽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란 어렵다. 특히 과거의 아픈 상처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상처를 안고도 팀을 먼저 생각한 선택은 결국 빛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신뢰를 복원한 진정한 ‘원팀’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