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투자하는 K콘텐츠…토큰증권으로 ‘숨통’ 틔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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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 기자I 2025.09.28 22:50:50

[STO써밋 2025]
다양성 필요한 문화·콘텐츠, 토큰증권에 최적
소수 권력자 대신 다수·소액 투자자 참여 가능
日서 사라진 콘텐츠 펀드, 토큰 담아 재등장
“토큰 투자자 모두가 감시자…韓 경쟁력 높일 것”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원재연 기자] K-콘텐츠의 위상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토큰증권(ST)을 활용한 문화·예술 콘텐츠 투자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기존 콘텐츠 투자가 소수 자본가에 의해 소수의 작품만 수혜를 입었다면, 토큰증권을 통하면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확보해 콘텐츠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콘텐츠 충성도가 높은 팬을 투자자로 확보해 수익까지 재분배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옆나라 일본에서도 애니메이션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등장해 토큰을 활용한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이데일리 글로벌 STO(Security Token Offering) 써밋 2025’에 모인 국내외 전문가들은 토큰증권을 통한 투자유치가 궁극적으로 K-콘텐츠의 다양성과 저변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다수의 투자자가 소액으로 참여하는 토큰증권이 콘텐츠 투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조민형 전 다날엔터테인먼트 실장, 하민호 맑은시네마 대표, 토모노부 이베 퀘스트리 대표, 정제건 EQBR 이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STO 써밋 2025(SECURITY TOKEN OFFERING SUMMIT 2025)에서 ‘넷플릭스를 넘어 : 토큰증권으로 만드는 콘텐츠 제작의 미래’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 폐쇄적인 콘텐츠 투자, 토큰증권으로 저변 확대


이날 오후 패널토론에서 좌장으로 나선 조민형 전 다날엔터테인먼트 실장은 “한국 콘텐츠 확장을 위해 새로운 투자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며 토큰증권을 활용한 콘텐츠 투자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날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알라딘>을 국내 최초로 토큰증권으로 발행(STO)해 수익화하는 데 성공했다. 관객 및 투자자가 1~2만원의 소액으로 조각 투자하고, 뮤지컬 수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조 실장은 “K-콘텐츠는 전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 시기가 한국 콘텐츠 확장을 위해 새로운 투자 형태를 만들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본다”며 “다양한 콘텐츠를 토큰증권으로 투자해서 성공 사례를 만든다면 더 많은 숨어있던 K-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통적인 국내 콘텐츠 투자업계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대형 투자 배급사 등 소수의 투자자들이 사실상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수익도 이들이 모두 가져가는 중앙화된 분야다. 최근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이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소유권과 수익은 플랫폼에 귀속되는 폐쇄적인 형태다.

토큰증권의 확장성은 다양성이 중요한 콘텐츠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하민호 맑은시네마 대표는 “현재 문화·예술 분야는 소수 자본가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 창작물이라도 사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탈중앙화된 토큰증권을 통한 조각 투자가 가능해진다면 굉장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수의 투자자가 독점하는 방식이 아닌 참여자들이 수익을 같이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팬들이 커피 한 잔 값으로 콘텐츠 조각 투자

콘텐츠 투자 단계에서 팬들을 투자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토큰증권의 특장점 중 하나다. 정제건 EQBR 이사는 STO 전 단계에서의 팬들의 참여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시사회, 굿즈, 현장 체험 등 다양한 권리를 팬에게 제공하면 단순 소비자가 아니라 투자자가 될 수 있다”며 “엔터 산업이 기존에는 소비 중심이었다면, 투자를 통한 소유를 통해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 이사는 “그동안 콘텐츠에 투자의 프레임이 씌워지면 전통 금융 시장 참여자들을 중심으로 가치 평가가 이뤄졌다”며 “토큰증권이 도입된다면 문화 콘텐츠들이 금융상품의 틀 안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콘텐츠를 활용한 투자 상품의 ‘장벽’으로 꼽히는 소유권 문제도 토큰증권으로 해결할 수 있다. 조 실장은 “무형자산으로 투자 상품을 만들 때 대부분 IP에 집중하면서 소유권 문제가 발생한다”며 “IP가 아닌 콘텐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면 소유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 대표는 “커피 한 잔, 한달 월급 정도로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참여하는 동시에 수익으로 분배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日, ST 콘텐츠 펀드에 미즈호증권·미쓰비시 동참

일본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특화된 펀드가 이미 등장하고 있다. 퀘스트리(Questry)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콘텐츠 분야에 특화된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토큰증권(ST)으로 전환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스타트업이다. 그간 일본에서도 전통 금융 기업들의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저조한 편이었지만, 토큰증권 활성화와 맞물려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토모노부 이베 퀘스트리 대표는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배급사와 광고대행사가 투자 권한을 독점해 제작사 수익이 1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STO를 활용하면 IP를 넘겨주지 않고도 글로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제작사의 권익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베 대표는 “일본에서도 20년 전 콘텐츠 펀드가 등장했지만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잊혀졌다”며 “지금은 미즈호증권, 미쓰비시, SBI 등 대형 금융사들이 콘텐츠 펀드 조성에 참여하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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