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혜 인턴 기자] “OO님이 기억할 친구로 전환됐다”
카카오톡이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추모 프로필’ 기능을 도입하면서 SNS상의 다양한 ‘디지털 추모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17일 카카오는 직계 가족이 요청하면 고인의 계정을 탈퇴 처리하지 않고 ‘추모 프로필’로 전환한다고 밝혔는데요. ‘추모프로필’로 전환되면 고인의 프로필 옆에는 국화꽃 이미지가 생기고 가족이나 지인 등이 ‘1대 1 채팅방’으로 추모 메시지를 보낼 수 도 있습니다.
추모 프로필 유지기간은 5년이며 추가 연장 시 10년까지 유지할 수 있습니다. 추모 프로필 전환을 위해서는 고인 직계 가족의 신청이 필요하며 고인의 통신사 증빙서류, 가족관계 증명서, 신청인 신분증 등을 제출해야 합니다.
또 추모 프로필 전환 시 고인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내 모든 그룹 채팅방에는 ‘ㅇㅇ님이 기억할 친구로 전환됐다’는 메시지와 함께 자동 나가기 처리가 됩니다. 추모 프로필 전환이 되는 과정에서 고인의 개인정보나 대화 내역 정보들은 제공되지 않으며 추모 프로필 전환 전 사용자가 설정한 멀티 프로필 또한 유지됩니다. 단 추모프로필로 전환되면 ‘선물하기’‘송금하기’ ‘보이스톡’등의 메뉴는 제외됩니다.
고인의 마지막 SNS... “유족 및 지인들에게 큰 위로”
또 다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인스타그램’서는 고인의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기념 계정’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인의 사망을 확인할 수 있는 신문 기사 링크 등 사망 증명이 가능한 첨부자료를 가족 또는 지인이 인스타그램에 제출해야 하는데요.
사망이 확인되면 고인 계정 프로필란에는 ‘추모’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생전 고인이 공유했던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남게 됩니다. 다만 고인의 계정에는 아무도 로그인을 할 수 없고 게시물 정보 역시 누구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고인의 SNS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고인의 가족 및 지인들에게 '정화'와 같은 '카타르시스' 효과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오프라인에 비해 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많은 온라인상의 디지털 추모는 유가족들이 더 많은 지지와 위로를 받을 수 있게 한다”며 “또한 고인의 가족들 뿐만이 아닌 추모를 하는 모든 당사자들이 서로가 소통 하고 공감하는 과정을 통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2015년 10월 14일 하늘의 별이 된 故 설리의 팬 백수빈(26)씨는 “설리의 SNS을 통해 다른 팬들과 슬픔을 공유하면서 큰 위로가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백 씨는 "설리의 인스타그램이 추모할 수 있는 기념계정으로 전환되면서 설리의 게시물들이 사라지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였다" 며 "설리가 생전에 올렸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면서 여전히 추억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잊혀질 권리' vs '기억될 권리'
일각에서는 사망한 이들의 ‘디지털 유산’을 유가족들이 ‘상속’하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디지털 유산이란 고인들이 생전에 자신의 SNS에 남긴 모든 흔적들을 말하는데요. SNS에 올린 게시물 · 사진 댓글 · 동영상은 물론인고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도 디지털 유산에 해당됩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숨진 장병들의 유족들이 단체로 고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권한을 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싸이월드 제트는 고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대한 유족들의 접근을 '제 3자의 의한 아이디 도용'으로 간주해 유족들의 권한을 거부했습니다.
이후 2022년 6월 24일 싸이월드 제트가 서비스 중지 3년 만에 다시 복귀하면서 고인의 사진과 영상 등의 저작권을 유족에게 넘기는 '디지털 상속권 보호' 규정을 만들었는데요. 당시 이 규정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고인의 디지털 유산을 유족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정당하다'는 의견과 '고인일지라도 잊힐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고인의 '디지털 유산'과 관련해서는 법적인 부분이 확실하게 조율되어야 논란이 생기지 않는다” 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용자가 직접 자신의 흔적을 어떻게 관리할지 미리 정하는 문화가 인터넷 환경에 더 확산되어야 한다"며 "유족의 디지털 상속 권리와 고인의 잊힐 권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망자의 프라이버시와 사망자의 의사존중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