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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는 2010년 시공사가 독단적으로 공사를 중단했다며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시공사는 2020년 이미 시공한 부분의 공사대금(기성공사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시행사는 공사 중단이 계약 위반이라며 짓다 만 건물(기성부분)을 철거하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반소를 제기했다.
1심은 시행사가 시공사에게 공사대금 원금 약 6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반소를 기각했다. 항소심도 같은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시행사의 상고를 기각했다(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2468, 202469 판결).
시행사는 시공사가 분양 실적이나 공사대금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공사기간 안에 공사를 마쳐야 할 의무, 즉 책임준공의무를 진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도급계약을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고 보았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민법 제536조 제2항에 따르면 먼저 이행해야 하는 당사자도 “상대방의 이행이 곤란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자기 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이를 불안의 항변권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이 사유를 상대방의 신용불안이나 재산상태 악화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수급인이 공사를 계속해도 공사대금의 상당 부분을 약정대로 받을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면, “비록 도급인에게 신용불안 등의 사정이 없다고 하여도” 계속공사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심은 사전청약이 실패한 점, 시행사도 파주시에 공사휴지를 신청해 공사 중단을 받아들인 점, 공사대금을 분양수입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점을 들어 공사 중단이 채무불이행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이를 수긍했다.
시행사는 또 시공사가 공사를 멈춘 2008년 말부터 공사대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불안의 항변권이 시공사에게 공사를 멈출 수 있는 권리를 줄 뿐, 계약에서 정한 공사대금 지급일을 앞당기지는 않는다고 보았다.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했다는 “그러한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그 당사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의 이행기가 이행거절 시로 변경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공사대금의 이행기는 계약에서 정한 대로 최초 분양계약 뒤 계약금·중도금 지급시기가 되거나, 최초 분양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것으로 확정된 때에 도래한다. 공사를 멈추고 11년이 넘게 지나 제기한 소송이었지만 시행사의 소멸시효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불안의 항변권이 인정된 상황이다. 종전 대법원 판례(2011다93025)는 도급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기성공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를 전제로 이 법리를 설시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그 부분이 “계약 성립 후 발생한 제반 사정”으로 바뀌었다. 공사대금 지급 시기는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묶여 있었고, 분양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니 공사대금 지급 기한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시공사가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가 현저히 불투명해졌다면 공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경기가 나빠졌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를 멈출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원심은 청약률이라는 구체적 수치, 시행사 스스로 공사휴지를 신청한 사정, 시공사가 공사를 멈출 다른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함께 따졌다. 분양대금으로 공사비를 치르는 계약이라면 시공사는 공사를 멈추기 전에 분양 실적과 협의 경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편이 좋다. 시행사가 분양과 관계없이 공사를 끝내 주기를 원한다면 그 내용을 도급계약서에 분명히 적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시공사는 금융기관과의 대출 약정에서 책임준공을 약속했지만, 원심은 그것만으로 시행사에 대한 책임준공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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