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을 흔든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년여 만의 금리 인상 자체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이 한마디였다. 시장이 예상했던 0.25%포인트 인상이 현실화했지만 워시 의장이 현재 금융여건을 긴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지금의 금리 수준조차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면 연준이 어디까지 금리를 올릴지 가늠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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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0.25%p 인상…워시 입 열자 분위기 반전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1% 떨어진 5만1461.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5% 하락한 7551.81을 기록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01% 내린 2만5978.42로 사실상 보합이었다. 3대 지수 모두 장중 한때 상승했지만 연준의 금리 결정과 워시 기자회견을 거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첫 인상이지만 시장에는 큰 충격이 아니었다. 인상 가능성이 이미 90% 이상 가격에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 초반에는 강한 소비가 증시를 떠받쳤다. 이날 발표된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2% 증가해 시장 예상치 0.8%를 크게 웃돌았다. 유가도 공급 차질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 넘게 떨어졌고 브렌트유도 2.7% 하락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에너지 가격 부담이 일부 완화되면서 3대 지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 전까지 상승세를 나타냈다. 로이터는 최근 2주 반 동안 국제유가가 20% 넘게 올랐지만 이날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만을 통한 추가 원유 공급에 나선다는 보도가 공급 우려를 완화했다고 전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오후 2시30분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부터다. 워시는 “명백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것”이라며 “올여름 물가지표는 기조적인 추세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은 현재 금융여건에 대한 워시의 평가였다. 그는 광범위한 금융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금리 인상을 “완화의 일부를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부회장은 워시의 기자회견이 “일관되게 매파적이었다”면서 특히 이 표현이 자신들과 채권시장을 불안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발언은 연준 의장이 금리를 어디까지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흐트러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우려한 것은 0.25%포인트 인상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다는 워시의 인식이라면 이번 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끝이 아니라 추가 인상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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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준 결정 직전 4.95% 수준까지 떨어졌던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워시 기자회견 이후 다시 5%를 넘어 5.003%로 하루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0년물 금리가 5%를 웃도는 수준에서 하루 거래를 마친 것은 19년 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7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오른 4.74%를 기록했다. 달러도 강세를 나타냈다.
아트 호건 B.라일리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시장이 10년물 금리의 5% 재돌파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5%를 “거대한 심리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수익률곡선의 반응과 인플레이션 및 고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모두 단기적으로 증시의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금리 상승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금융주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각각 3% 가까이 떨어졌고 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골드만삭스도 4% 가까이 하락했다. 은행주 ETF인 SPDR S&P Bank ETF(KBE)는 2.6% 떨어져 지난 2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이 대출 증가와 경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반면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특히 인텔이 SK하이닉스(000660)와 미국 내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에 4% 뛰면서 나스닥의 낙폭을 제한했다.
“한번으로 끝나기 어렵다”…10월 추가 인상 확률 50%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도 시장의 경계감을 키웠다. 전망을 제출한 FOMC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올해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적절하다고 봤다. 이 가운데 4명은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4.1%로 지난 6월 3.8%에서 크게 높아졌다. 내년 말 전망 역시 4.1%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시장에는 오는 10월 추가 인상 가능성이 약 50% 반영됐다. 2년물 금리가 202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 것도 추가 긴축에 대한 기대가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마 샤 프린시펄애셋매니지먼트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논쟁은 이제 금리가 다시 오를지 여부에서 몇 차례 인상이 남았는지로 이동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장일치 결정에 대해 에너지 가격 상승과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비둘기파 위원들까지 움직였음을 보여준다며 “한 번으로 끝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인상 이후 연내 최소 한 차례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12월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그는 연준이 실업률 하락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2027년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강한 경제는 연준의 추가 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제이슨 프라이드 글렌미드 투자전략·리서치 책임자는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견조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여지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월가가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강한 경제가 기업 실적에는 호재지만 동시에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며 에너지발 물가 압력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시장이 불과 몇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질 수 있다.
안드레이 스키바 RBC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제한적인 추가 인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초기 재조정이 끝나면 워시의 명확한 메시지가 장기물 국채가격을 오히려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다음 관전 포인트는 결국 ‘5%대 장기금리와 추가 금리 인상을 미국 경제와 증시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다. 이날 다우의 600포인트 넘는 낙폭은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보다 그 뒤에 올 수 있는 추가 긴축에 월가가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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