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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탈달러·탈유로 가속화…中위안 수출결제 급증

방성훈 기자I 2023.02.23 10:08:21

달러·유로 수출결제 작년 1월 87%→9월 54% 급감
스위프트 퇴출 등 서방 금융제재 영향…中 반사이익
위안 결제 1% 미만서 45%로 급증…CIPS 활용도 1.5배
"러·중 경제 일체화 진행…권위주의 ''금융 블록화'' 조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서방의 금융제재 이후 러시아의 탈(脫)달러화·탈유로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외교·안보뿐 아니라 ‘통화’ 측면에서도 세계가 둘로 쪼개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AFP)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수출결제에서 달러화 및 유로화의 결제 비중은 87%(각 52%, 35%)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9월 54%(각 34%, 19%)로 쪼그라들었다. 두 통화의 빈자리는 중국 위안화 및 러시아 루블화가 채웠다. 특히 위안화 결제 비중이 같은 기간 1% 미만에서 45%로 급증했다. 루블화 결제 비중까지 합치면 작년 9월 기준 47%로 절반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작년 3월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등 금융제재를 가한 영향이다. 러시아는 제재 이후 중국과 천연가스 거래시 결제통화를 달러화에서 위안화로 전환했다. 유럽 일부 수입업체들도 루블화로 대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국제 에너지 거래에서 달러화를 통한 결제가 지배적이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관행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유럽으로 수출되던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이 서방 제재 이후 아시아로 향하게 된 것도 위안화 결제 확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스위프트에 대항하기 위한 송금망 활용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가 스위프트 대신 중국의 국제은행간 결제시스템(CIPS)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평균 거래 건수가 올해 1월 2만 1000건으로 급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의 1.5배 규모다.

다이와종합연구소의 나카타 리에는 “CIPS는 기본적으로는 중국 위안화 결제 이외엔 대응하지 않아 스위프트를 대체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라면서도 “향후 미국과 유럽 등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하는 국가에서 이용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 환경은 악화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러시아 국채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전체 국채에 대한 해외 투자자 비율은 침공 전 약 10%에서 현재 0% 수준으로 급감했다. 루블화 표기 국채의 해외 투자자 비율도 20%에서 10%로 줄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표기 국채만 발행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대상이 아닌 국내외 은행을 통해서는 아직도 원유 등의 거래에서 달러화 결제를 지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 산하 가스프롬뱅크는 스위프트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일본과의 천연가스 거래시 달러화 또는 유로화로 결제대금을 받고 있다. 또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서방 은행들의 러시아 현지 법인을 통한 지급결제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니시하마 토오루는 “러시아 경제와 중국 경제의 일체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통화에서도 권위주의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금융 블록화’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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