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09일 08시0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인공지능(AI)이 수만, 수십만개 항체를 빠르게 설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AI가 내놓은 설계도가 곧바로 신약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항체를 만들어 질병 표적에 제대로 붙는지, 생산은 잘 되는지, 열이나 산성 환경에서도 안정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프로티나는 앞으로 AI 신약개발의 병목이 바로 이 ‘실제 실험’ 단계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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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택 프로티나 이사는 지난달 28일 이데일리와 취재 미팅에서 “AI가 1시간 만에 10만개의 항체를 설계해도 이를 실제로 확인하는 데 몇 달이 걸리면 의미가 줄어든다”며 “프로티나의 경쟁력은 AI가 만든 수많은 후보를 실제 항체로 만들어 빠르게 시험하고 좋은 물질을 골라내는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중심에는 프로티나가 약 16년간 개발한 SPID가 있다. SPID는 적은 양의 시료로 수많은 항체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항체가 표적에 얼마나 잘 붙는지뿐 아니라 생산성·열안정성·pH 민감성, 세포 내재화, 면역원성, 응집성 등 실제 약으로 개발하는 데 필요한 특성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주당 약 1만개의 항체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통상 2~3년 걸릴 수 있는 항체 최적화 과정을 3~6개월 수준까지 줄인 사례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황성택 프로티나 이사 일문일답.
△프로티나의 가장 큰 기술적 경쟁력은 무엇인가.
-AI 모델 자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더 큰 문제는 AI가 만든 후보들을 실제로 얼마나 빨리 시험할 수 있느냐다. AI가 10만개를 설계해도 실제 실험을 몇백개밖에 못하면 전체 신약개발 속도는 빨라지지 않는다. 저희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SPID를 이용해 수많은 항체를 실제로 만들고 대규모로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SPID를 바이오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설명한다면.
-AI가 ‘이런 항체가 좋을 것 같다’고 설계하면, 실제 해당 항체를 시험해보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컴퓨터 속에서 계산만 하는 게 아니다. DNA를 주문하고 세포에서 실제 항체를 만든 뒤 표적에 잘 붙는지를 확인한다. 또 생산은 잘 되는지, 열에는 강한지, 몸속 환경에서도 안정적인지 등을 함께 본다. 즉, SPID 핵심은 ‘잘 붙는 항체’를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후보 가운데 ‘실제로 약이 될 항체’를 빠르게 골라내는 데 있다.
△SPID는 어떤 장비와 기술로 구성돼 있나.
-Pi-Chip과 Pi-View, Pi-InSight 등을 저희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외부 장비를 사서 단순히 개량한 것이 아니다. 대표가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칩 기술에서 시작해 약 16년 동안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왔다. 핵심은 아주 적은 양의 시료에서도 항체와 표적 단백질이 붙는 모습을 정확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적은 양으로도 분석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포에서 항체를 만들면 배양액 안에는 항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백질과 불순물이 섞여 있다. 일반적인 표면에 그대로 올리면 이런 것들이 같이 붙어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저희 Pi-Chip은 원하는 항체의 신호는 잡으면서 불필요한 물질이 달라붙는 현상을 최대한 줄이도록 표면을 처리했다. 그래서 복잡한 정제 과정을 줄이고도 분석할 수 있다.
△기존 SPR·BLI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기존 방식은 결합력을 측정한 뒤 생산성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다른 장비를 사용하고, 또 안정성을 별도로 시험하는 식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앞 단계로 돌아가 새로운 후보를 시험해야 한다. 또 항체를 대량 생산하고 불순물을 걸러내는 정제 과정이나 여러 분석 단계를 거치면서 샘플 일부가 손실되거나 상태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생산량을 원래 상태 그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SPID는 세포에서 만든 항체를 소량 상태에서 바로 분석하고, 같은 플랫폼을 이용해 결합력뿐 아니라 생산성, 열안정성, pH 민감성 등을 연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장비와 단계를 오가며 반복하던 과정을 줄이고, 수많은 후보 가운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항체를 초기에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 SPR(Surface Plasmon Resonance·표면 플라즈몬 공명): 항체와 표적 단백질이 얼마나 잘 붙고, 얼마나 쉽게 떨어지는지를 빛의 변화를 이용해 측정하는 대표적인 분석 기술이다. 항체의 결합력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 BLI(Bio-Layer Interferometry·바이오레이어 간섭계): 센서 표면에 항체나 단백질을 붙인 뒤 다른 물질과 결합할 때 나타나는 빛의 변화를 측정한다. 여러 시료를 동시에 분석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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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10만개의 항체를 설계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가.
-예를 들어 10만개 가운데 실제 만들어지고 표적에 붙는 항체가 20%라면 2만개가 남는다. 그런데 이 2만개가 신약 후보는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2만개 가운데 결합력이 좋은 항체를 수백개로 줄이고, 그중 생산이 잘 되는 것을 다시 고른다. 이후 열안정성과 pH에 대한 안정성 등을 확인하면서 수십개 수준까지 줄인다. 마지막으로 더 세밀한 시험을 거쳐 최종 후보 몇 개를 결정한다. 많은 후보를 실제 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몇 개로 빠르게 압축하는 것이 SPID의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전통적인 항체개발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물질을 시험할 수 있나.
-기존에는 연구자의 경험이나 논문을 참고해 ‘이 아미노산을 바꾸면 좋아질 것 같다’고 판단하고 20개, 많으면 50개 정도를 만들어 시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희는 하나의 항체에서 수백개, 수천개의 변화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데이터를 확인한다. 한 사례에서는 약 1000개 수준에서 시작해 추가 조합을 통해 630개 정도를 한 달 안에 분석했고, 원래 항체보다 결합력이 10배 이상 좋아진 물질들을 확인했다.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수십배 수준으로 개선된 사례도 있었다.
△개발기간도 실제로 줄어드나.
-항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같은 기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통상 2~3년 정도 걸릴 수 있는 과정을 3~6개월 수준까지 줄인 사례들이 있다. 많은 후보를 동시에 시험하면서 가능성이 낮은 물질을 초기에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얼마나 많은 항체를 처리할 수 있나.
-현재 실제 프로젝트에서 주당 약 1만개 수준의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 장비와 프로젝트를 조정하면 월 3만~4만개 정도까지 가능하다. 앞으로 자동화를 확대해 2027년 1분기 월 10만개, 이후 50만개 수준으로 늘리고 2028년에는 월 100만개 수준까지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AI와 SPID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AI가 항체를 설계하고 SPID가 실제 실험으로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킨다. AI 입장에서는 성공한 데이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설계했더니 항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만들어졌지만 표적에 붙지 않았다’는 실패 데이터도 중요하다. 저희는 서울대 연구진과 2024년부터 이런 작업을 계속해왔고 약 50만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 학습을 진행해왔다.
△결국 AI 모델보다 실험 데이터가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인가.
-AI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고 AI 모델들의 상향 평준화가 앞으로 가져올 변화이다. 프로티나도 서울대 백민경 교수팀과 함께 2024년 4월 과기부 국책과제 지원하에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좋은 AI 모델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고 오픈소스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도 늘고 있다. 앞으로는 누가 AI 모델 하나를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AI가 만든 물질을 실제로 빠르게 검증하고 좋은 실험 데이터를 계속 쌓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본다.
△항체 최적화 서비스 수익성은.
-항체 최적화 프로젝트 하나에 통상 1억~2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수십개 반복하는 사업만으로는 회사가 크게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단순히 돈을 받고 항체를 개선해주는 서비스보다 공동개발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저희 기술로 좋은 후보를 만든 뒤 파트너사와 함께 개발하고, 나중에 기술이전이 이뤄졌을 때 더 큰 가치를 함께 가져가는 구조다.
△대규모 검증 서비스와 신약 공동개발 중 어느 쪽이 주력인가.
-두 사업은 연결돼 있다. 외부 AI 신약개발사가 만든 수많은 항체를 대규모로 검증해주는 사업에서는 현금을 만들 수 있다. 그 돈을 다시 자체 파이프라인이나 공동개발 신약에 투자하는 것이다. 프로티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좋은 신약 후보를 빠르게 만들고 지속적으로 라이선스아웃하는 회사다. 매번 신약을 개발할 때마다 외부에서 수백억원을 조달하는 회사가 아니라 자체 기술로 돈을 벌면서 그 돈으로 다시 신약을 만드는 자립형 AI 신약개발사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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