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기 탑승 전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나라가 굉장히 어렵다. 이런 시기에 계엄과 내란 사태가 벌어져서 대한민국 경제신인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에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경제·정치 지도자를 만나 한국의 경제 잠재력과 회복 탄력성을 이야기하며 신뢰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를 다루는 데 있어 여야가 어디 있느냐.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구색보다 실리 택하다
현지시각 20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대한민국 정부 공식 대표인 조현동 주미대사 외에도 여권 대권주자인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다수의 국내 정·재계 인사가 초청장을 받고 참석한다. 심지어 극우인사로 분류되는 전광훈 목사도 본인이 초청받았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 또한 미국 내 인사를 통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나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등과 친분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
이번 트럼프 취임식 참석으로 김 지사 본인의 명분을 찾을 수도 있었다. 세계은행 출신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초청을 받았지만, 김동연 지사도 세계은행 선임정책관 이력이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초대 경제부총리라는 경험까지 갖췄다.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취임식 참석을 과감히 포기했다. 국내 유력 인사들이 모두 동쪽으로 몰려가는 와중에 홀로 서쪽행을 택했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가가 정치적인 상징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미 다보스포럼에 참석이 예정된 상태였고, 취임식 날짜와 포럼 일정이 겹쳤기 때문에 김동연 지사는 고민 끝에 불참을 택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동연 지사는 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기 위해 세계 2500여 인사에게 서한을 보냈고, 이번 다보스포럼 또한 그 연장선상”이라며 “정치적 상징성보다는 실용외교에 중점을 두고 대한민국 경제 국가대표로서 참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보스포럼에서는 무슨 일이
정부와 지자체, 정치인을 통틀어 유일하게 다보스포럼에 초청된 김동연 지사는 전 세계 기업인과 국제기구, 언론 등을 만나게 된다.
포럼 첫날인 20일 이노베이터 커뮤니티 리셉션을 시작으로 이튿날인 21일에는 ‘변화하는 인구구조: 성장에 미치는 영향’를 주제의 세션에 연사로 나선다. 해당 세션에는 세계적인 사모펀드사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창립자, 유럽 최대 연금운용사인 네덜란드 APG의 아네트 모스만 대표, 글로벌 경영 컨설팅회사 머서사의 패트린 톰린슨 대표 등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공공과 민간 부문 협력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세계 언론사 대표와 편집장 등 미디어 리더들 앞에서 기조발언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지사는 최근 한국의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토대로 작금의 정치·경제 불안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음을 피력할 계획이다.
|
23일 오전에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의장을 맡아 진행하는 ‘비공식 세계 경제지도자 모임’(IGWEL)에 참석한다. 이 모임에는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 국제기구 대표 등 50여 명의 정상급 인사들만이 선별돼 초청됐다.
김 지사는 같은 날 오후 다보스포럼이 마련한 ‘경기도와 혁신가들’ 세션에서 의장으로 국내외 스타트업간 교류 협력을 주선한다. 경기도와 혁신가들 세션에는 애덤 골드스타인 CEO, 로비사 아프젤리우스 CEO, 정세주 눔 의장,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 서범석 루닛 대표, 김종윤 야놀자 대표 등 국내외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한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요람인 판교를 소개하고, 경기도와 국내외 스타트업이 협업을 심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참석자들과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