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에서 “이번 주 시장의 키 팩터는 유가”라며 “유가 흐름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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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더라도 이를 대체할 육상 수송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사우디의 East-West 파이프라인, UAE의 Habshan-Fujairah 파이프라인, 이라크-튀르키예를 잇는 Kirkuk-Ceyhan 파이프라인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세 노선 모두 수송 능력에 한계가 있고, 시설 타격이나 병목 현상 가능성도 커 호르무즈 해협을 충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변 연구원은 세 파이프라인의 최대 수송 능력을 모두 합쳐도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의 절반 수준이며, 실제 대체 가능한 물량은 이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유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주 WTI는 36% 급등하며 2000년 이후 주간 기준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상승률만 약 58%에 달해 시장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지정학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과거 유사 사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여기에 쿠웨이트, 이라크, UAE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감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은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다. 변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하반기 미국 물가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고,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시점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봤다. 실제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기대는 9월로 후퇴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더욱이 최근 발표된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9만 2000명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유가 급등과 고용 둔화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 경제는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고, 경제 규모 대비 원유 소비 비중도 주요국 중 높은 편이어서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변 연구원은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로 오를 경우 국내 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하고 물가는 1.1%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유가가 150달러까지 치솟으면 성장률은 0.8%포인트 낮아지고 물가는 2.9%포인트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했다. 유가 안정만 확인된다면 국내 증시에는 반등의 재료도 적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부의 100조원 규모 금융시장 안정화 프로그램, 131조원 수준까지 늘어난 고객예탁금, 반도체 중심의 양호한 1분기 실적 기대, 미중 정상회의에 따른 무역 리스크 완화 가능성, WGBI 편입 효과, 미국 주식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 기대 등이 대표적이다.
변 연구원은 변동성 지표인 VKOSPI가 최근 위기 국면 수준까지 치솟았고, 코스피 12개월 선행 P/E도 8.1배까지 내려와 역사적으로 강한 하단 지지선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 EPS가 여전히 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밸류에이션 매력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시장이 한 차례 더 밀리더라도 실적 훼손이 본격화하지 않는다면 가격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유가다. 보고서는 이란 사태의 전개를 섣불리 예측하기보다 유가 흐름을 확인하며 대응하는 전략이 더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이미 유가가 연초 이후 60% 가까이 급등해 전쟁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만큼, 향후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면 투자심리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 연구원은 “성급한 매수는 위험할 수 있지만, 지나친 비관보다는 사태 해결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정 시 매수 전략을 유연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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