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향을 보인 데 대해 7일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므로 이런 변화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방송된 NHK ‘일요토론’ 프로그램에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대해 협력할 자세를 보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의미가 없다. 구체적인 행동이 있어야 의미 있는 대화가 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정책을 변경시키기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해 압력을 최대화하겠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에 완전히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미사일 폐기에 관여시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대화가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 관해 “합의는 국가와 국가의 약속”이라며 “한국 측이 약속한 것은 성의를 갖고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한일 합의는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안 듣고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용과 절차가 모두 잘못된 것”이며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작년 말 한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검증 결과 발표 이전부터 합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아베 총리는 위안부 TF 활동과 관련해 주변에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발언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기존 입장을 공개적으로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한다) 원칙 폐기 논란을 낳고 있는 장거리 순항 미사일 도입과 관련해선,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질이 높은 방위력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 사거리가 1천㎞인 ‘장거리 대함미사일’(LRASM) 등 3종류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 도입 관련 조사 비용으로 2억엔(약 19억원)을 편성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사실상 자위대에 북한 등의 적(敵)을 공격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경제와 관련, “임금도 오르기 시작하고 고용도 매우 개선돼 국면 변화가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디플레이션 탈출을 선언할 수 있도록 모든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언 시기를 “올해 중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개헌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국회에서 논의해 국민의 이해가 깊어지기를 기대한다”며 “가능한 많은 당의 찬성을 얻는 형태로 국회에서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3연임을 노리고 있는 가을 자민당 총재선거에 대해 “이번 달 소집되는 정기국회 폐막 후 매미 소리가 들릴 때 대응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정기국회는 6월 20일까지 150일간 열린다. 아베 총리는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약속한 것을 행하는 것에 우선은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야마구치(山口) 현 시모노세키(下關) 시에서 열린 자신의 후원회 모임에서 개헌 등의 과제를 거론한 뒤 조선 식민지화를 포함한 제국주의 정책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인물로 알려진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의 말을 인용했다.
요시다 쇼인은 일본 근대화 주역들의 스승으로 일본에서 추앙받고 있지만,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창하며 조선 식민지화를 포함한 일본의 제국주의 정책에 이론을 제공한 인물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지지통신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디플레이션 탈출, 사람 만들기 혁명, 생산성 혁명, 개헌 순으로 정권 과제를 열거한 뒤 “영욕에 의해 초심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의 요시다의 말을 소개했다.
아베 총리는 “영예와 치욕에 져서 초심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함께 나가토(長門)시에 있는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의 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작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했음을 보고했다”며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약속한 것을 하나씩 실행해 갈 것을 맹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