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인근에서 이모(25)씨가 사라졌다.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1시30분쯤 9호선 공항시장 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헤어진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경찰은 범죄에 연루되거나 극단적 선택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순 가출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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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실종’의 경우 위치 추적, 카드 사용 내역 조회 등 적극적으로 수사·수색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 혐의점 등이 없는 ‘단순 가출’로 구분되면 수사기관이 강제 수색에 나설 법적 근거는 없다. 성인 당사자의 사생활과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한·채무 등의 이유로 사라진 이의 행방을 찾으려고 악용될 소지도 있다. 이 때문에 남아 있는 가족들은 직접 전단을 제작해 뿌리면서 행방을 수소문하거나 언론에 제보하고,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가출인 신고 접수는 △2017년 6만5830건 △2018년 7만5592건 △2019년 7만5432건 △2020년 6만7612건 △2021년에는 6만6259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미해제 즉, 사라진 성인을 찾지 못한 경우는 △2017년 333건 △2018년 346건 △2019년 399건 △2020년 483건 △2021년 529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라지는 성인은 많아지고 있지만, 강제 수사·수색엔 제약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동창생 살인 사건’ 또한 가출 신고로 접수돼 경찰이 초기에 적극적인 수사를 할 수 없었다. 지난달 ‘완도 일가족 사망 사건’ 당시 현행법에 따라 아동의 얼굴은 공개됐지만, 부모의 얼굴이 공개되지 않아 수색의 제약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일정 조건을 갖춘 성인들도 공개 수색·수사를 할 수 있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성인 실종 사건이 ‘무방비’에 놓였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인이 개인적 갈등과 고민 등 때문에 가출을 스스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무턱대고 국가 차원에서 한정된 사회적 비용과 자원을 활용할 수 없고, 그렇다고 놔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종법에 단서 조항을 꼼꼼하게 붙여 특수한 경우 성인도 ‘실종’ 범위에 넓게 포함할 수 있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