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NGO)인 희망친구 기아대책의 유원식 회장은 얼마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한 해 후원 실적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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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아대책뿐 아니라 다른 지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결과였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연말연시에 진행하는 나눔캠페인에서 작년 모금액은 4009억원으로, 당초 목표로 했던 35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이에 `사랑의 온도탑`은 114.5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대 수은주를 기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작년 사회공헌활동 내역을 보면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코로나19 관련 직접 지원이나 취약계층 지원을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뿐 아니라 요 며칠 새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약속한 거액 기부 발표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유 회장의 말처럼 우리에겐 콩 한쪽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특유의 DNA가 있고, 지금처럼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어김없이 그 DNA는 실천으로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라는 이름 하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심하고 있고, 특히 사회구조적 문제나 불평등에 대해 높은 감수성을 가진 4050 벤처 출신 오너들은 용기있는 결단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영역에서 이런 변화에 비해 우리 정치와 관(官)이 보여주는 행태는 너무나도 시대착오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계층을 지원한다는 명분엔 누구나 동의할 수 있겠지만, 집권여당이 꺼내든 이익공유라는 방식은 전근대적이다. 야당 시절 그들이 비판했던 전(前) 정권들의 기업 팔 비틀기와 다름 아닌 모습이다.
이런 외부적 압력에 의한 선행은 지속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기업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소비자들에게 부담 전가가 가능하다.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면서 자발적으로 부유층에 더 높은 세금을 물리자는 이른바 `버핏세(稅)`를 제안했던 `투자의 귀재` 워린 버핏마저도 한 인터뷰에서 “사회가 기업에게 선행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강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관재식 기부`가 처참하게 실패했던 경험을 되새길 때다.
오히려 자발적인 기부를 복돋아줄 수 있는 세제 상 지원을 보다 정교하게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개인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오히려 줄이고 있는 게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다.
더불어 다들 `제2의 김범수, 김봉진`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벤처에서 성장한 기업인들이 주식을 팔아 기부할 때 증여세 폭탄을 떠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고, 자칫 경영권에 위협을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이런 걱정을 해소해주려 행동하는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부와 이익을 나누자고 팔 비틀기에 골몰하기 이전에 자발적인 기부를 원하는 이들에게 무엇을 지원할 지부터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