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12일 07시4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보로노이(310210)가 일라이릴리 출신 최고의학책임자(CMO)에게 기업가치 30조원 이상에서 경영권 변동이 발생할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는 파격적인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핵심 파이프라인 가치를 끌어올린 뒤 글로벌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거래까지 염두에 둔 사실상의 ‘M&A 성공보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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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0조+경영권 매각’ 모두 달성해야 스톡옵션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로노이는 전날 장 인(Yin Zhang) CMO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공시를 내고 이날 오전 10시 21분 정정공시를 냈다.
전일 공시에는 보로노이가 장 CMO에게 보통주 12만9100주 규모의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 점, 해당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주당 20만원이며 행사기간은 2028년 9월10일부터 2038년 9월9일까지라는 점이 공개됐다. 행사할 때 보로노이 혹은 미국지사(Voronoi Inc. U.S.)에 재직해야 한다는 조건 외에 구체적인 가득요건은 명시되지 않았다. 가득요건이란 스톡옵션을 실제로 행사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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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정정 공시를 통해 공개된 가득 조건은 이례적이다. ‘지배권 변동을 수반한 기업인수합병’이 발생해야 하며 기업가치가 30조원에 도달하면 10만5000주, 40조원은 11만4130주, 50조원은 11만9320주가 가득된다. 12만9100주까지 모두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기업가치가 100조원에 이를 때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실제 장 CMO와 회사 간 계약은 기업가치와 지배권 변동이라는 ‘앤드(and) 조건’으로 체결됐다”며 “최초 공시는 정해진 공시 포맷에 맞춰 제출됐고 가득요건은 이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공시의 기업가치는 시가총액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KRX) 데이터 기준 보로노이의 전일(9일) 시가총액은 약 3조4160억원으로, 30조원은 현재의 8.8배이다. 이날(10일) 기준으로 국내 바이오기업 중 시총이 30조원을 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5조8720억원), 셀트리온(068270)(42조527억원)뿐이다. 3위인 알테오젠(196170)의 시총은 19조2945억원이다. 보로노이가 전량 가득요건으로 제시한 시총 100조원을 넘긴 국내 바이오기업은 아직 없다.
상장주식 수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단순 가정하면 시총 30조원에 도달할 경우 보로노이의 주가는 약 129만원이다. 이 가격에서 장 CMO가 10만5000주를 행사할 경우 행사가격을 제외한 잠재 차익은 약 1141억원에 달한다. 시총 100조원이 되려면 보로노이의 주가가 429만원으로 높아져야 한다. 이 때 12만9100주 전량이 가득될 경우 잠재 차익은 5278억원에 이른다.
중요한 점은 기업가치만 높아져서는 이 옵션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3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와 최대주주의 경영권 변동(Change of Control)이 모두 발생해야 한다”며 “기업가치가 30조원이 되더라도 김현태 대표가 경영권을 계속 보유하면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배권 변동은 김 대표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고 제3자에게 넘어가는 경우를 의미하며, M&A나 전략적투자자(SI) 유치 등 다양한 형태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Change of Control이란 김현태 대표가 회사의 지배권(control)을 잃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모든 이벤트"라고 했다.
단순히 지분 일부 매각이나 소규모의 SI 투자 유치만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권 이전이 있어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즉 장 CMO가 막대한 스톡옵션 보상을 실제로 가져가려면 기업가치 상승뿐 아니라 최대주주인 김 대표의 경영권 이전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수천억원대 보상이 가능한 파격적인 스톡옵션이지만 회사와 최대주주가 감수하는 위험 부담은 크지 않다.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시점에는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최대주주 역시 경영권 매각을 통해 상당한 엑시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기준 최대주주인 김현태 대표는 보로노이 주식 663만2019주(지분율 34.99%)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수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해당 지분 가치는 시가총액 30조원에서 8조5330억원, 100조원에서는 28조4420억원에 달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스톡옵션 규모만 보면 엄청난 규모지만 실제로 이 정도 보상을 받으려면 시총이 30조원을 넘기고 경영권 이전까지 성사돼야 한다"며 "회사로서는 당장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기업가치 성장에 대한 자신감과 M&A 의지를 드러낼 수 있으면서 리스크도 매우 적은 구조"라고 짚었다.
핵심 파이프라인 상업화 위해서라면…최대주주 경영권도 매각?
그렇다면 보로노이는 왜 이런 구조를 짰을까? 보로노이는 핵심 파이프라인의 'VRN10'·'VRN11'의 독자개발만 고집하기보다 글로벌 공동개발과 M&A를 포함한 전략적 선택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VRN10·VRN11의 상업화를 위해서라면 최대주주의 경영권 매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로노이는 현재 두 신약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후기 임상부터 상업화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이에 자체 개발을 통해 신약후보물질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개발에 나서거나 필요할 경우 M&A를 통한 경영권 거래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전임상이나 초기 임상까지는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중심으로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지만 후기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단계는 비용도 많이 들고 각국 규제에 대응해야 해 작은 국내 바이오기업이 모두 혼자 하기 어렵다”며 “공동개발이든 SI든 M&A든 상업화했을 때 약의 가치를 가장 크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단 회사 측은 지금 당장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과 M&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와 적극적인 회사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경영진은 글로벌 빅파마를 만날 때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지까지 열어두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격 조건 수락한 장 CMO는 누구? '릴리 임상개발 출신'
그렇다면 장 CMO는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조건을 수락하고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을까? 장 CMO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항암제 개발 조직인 록소앳릴리(Loxo@Lilly)에서 글로벌 임상개발 부사장을 지낸 신약 임상개발 전문가다. 릴리에서 다수의 글로벌 항암제 임상 프로그램을 이끌며 초기부터 후기 임상까지 폭넓은 개발 경험을 쌓았다.
보로노이 합류 후에는 미국 조직을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개발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핵심 파이프라인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VRN11과 HER2 변이 고형암 치료제 VRN10의 글로벌 임상 진행과 환자 안전 등을 책임지고 있다. 자체 발굴한 후보물질을 글로벌 후기 임상과 상업화 단계로 끌고 가려는 보로노이의 전략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셈이다.
현재 VRN11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1b·2상으로 확장 중이다. VRN10은 HER2 변이 고형암을 대상으로 임상 1a상 용량증량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이들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와 글로벌 사업화 여부가 보로노이의 기업가치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장 CMO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보로노이 관계자는 “장 CMO가 이 같은 조건의 스톡옵션 계약에 동의했다는 것 자체가 보로노이의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 성공과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상당한 확신이 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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