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보다 크게 둔화한 물가 지표와 대형 은행들의 호실적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의 이란 추가 공습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지만, 물가 둔화가 확인되면서 시장은 다시 실적과 경기 펀더멘털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6년 만의 월간 물가 하락…7월 금리인상론 급속 후퇴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5월(4.2%)보다 상승폭이 둔화했다. 시장 예상치(3.8%)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4% 하락해 코로나19 충격기였던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전달(2.9%)보다 둔화했고, 전월 대비로는 보합(0.0%)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역시 시장 예상을 밑돌며 기조적인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물가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에너지 가격은 한 달 동안 5.7% 떨어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9.7% 급락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주거비는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자동차보험료와 의료서비스, 의류, 중고차 가격도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우려했던 관세의 소비자 가격 전가 효과도 아직은 제한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금리 전망도 빠르게 바뀌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42%에서 이날 17%로 급락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4bp(1bp=0.01%포인트) 하락하며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달러도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크레디트사이츠의 잭 그리피스 거시전략 책임자는 “이번 CPI는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테이블에서 치워버렸다”며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중동 상황도 악화하고 있지만 연준이 당분간 관망할 명분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물가 지표를 이미 지나간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 물가는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시기의 에너지 가격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지난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피격 사건 이후 휴전이 사실상 무너졌고 미국과 이란은 다시 군사 충돌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란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했고 국제유가도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달 초보다 약 20% 오른 배럴당 84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최근 일주일 사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당분간 관망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예상보다 낮은 CPI는 연준 위원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지표”라면서도 “당장의 긴축 압력을 낮췄을 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서비스의 척 칼슨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물가 보고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를 약화시켰다”며 “적어도 당분간은 연준에 정책적 여유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워시 의장도 물가를 낮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으며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고도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드워드존스의 브라이언 테리언 전략가는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연준의 신뢰성을 다시 확인시켰지만 추가 경제지표가 나오기 전까지 특정 정책 경로를 미리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BMO캐피털마켓의 스콧 앤더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휴전과 양해각서 덕분에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번 CPI가 낮아졌지만 지금은 전쟁이 재개됐고 에너지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며 “위험의 균형은 올해 어느 시점 금리 인상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고 진단했다. 피프스서드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7월 물가 전망은 6월보다 훨씬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케이 헤이그는 “이번 CPI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줄여줬지만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올해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여지는 이전보다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이토로(eToro)의 브렛 켄웰 투자전략가는 “이번 물가 보고서는 시장에 숨 쉴 시간을 준 것이지 모든 위험이 사라졌다는 신호는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은 둔화됐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취임 후 첫 의회 증언에서 인플레이션을 “미국 국민과 기업에 부과된 세금”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없애기 위해 연준의 통화정책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 세금을 없앨 계획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레짐 체인지가 필요하다”며 “연준의 최우선 목표는 통화정책을 올바르게 운용하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지난 5년간의 인플레이션 급등은 과거의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물가안정을 회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특히 2020년 도입된 ‘유연한 평균물가목표제(FAIT)’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조금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원했다가 훨씬 더 큰 인플레이션을 맞게 된 첫 번째 중앙은행은 아니었다. 그것은 실수였다”며 “이 정책 틀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물가 지표와 관련해서도 “이번 CPI가 모든 것이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워시 의장은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기업들의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이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며 “지금 ‘AI 투자’라고 부르는 것이 머지않아 단순히 ‘투자’라고 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이 대외 커뮤니케이션과 대차대조표, 경제 데이터, 인플레이션 분석 체계 등을 전면 재점검하기 위한 5개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통화정책 운영 전반에 대한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반도체·은행주 강세…실적 시즌 기대감도 확산
전날 급락했던 반도체주도 일제히 반등하며 기술주 강세를 이끌었다. 반에크 반도체 ETF(SMH)는 2.5% 상승했다. 램리서치와 마이크론은 각각 4.9% 올랐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테라다인은 각각 3.5%, 3.6% 상승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2.4% 오르며 반도체 업종 전반이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2분기 실적 시즌도 투자심리를 떠받쳤다. 미국 대형 은행들은 트레이딩 수익 증가와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회복에 힘입어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6.9% 급등했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도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각각 2.5%, 1.8%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대형 은행들의 실적이 미국 소비와 기업 활동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 은행들은 트레이딩 부문 호조와 기업금융 회복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며, 향후 실적 시즌에서도 기업들의 이익이 시장을 지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씨티그룹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비용 증가 우려가 부각되며 하락했고, 웰스파고도 약세를 나타냈다. IBM은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사업 부진으로 2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주가가 25.2% 급락해 다우지수 상승폭을 제한했다.
국제유가는 장중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20%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철회하면서 유가는 한때 상승폭을 줄였다. 그러나 미국이 이날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하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자 다시 오름세를 나타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1.7% 오른 배럴당 84.73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5% 상승한 배럴당 79.3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

![매일 아침, 월가의 흐름을 한눈에. [월스트리트in] 구독좋아요는 선택 아닌 필수!](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1500111.jpg)



![[단독]외국인 카지노 초과이윤 환수…기금 상한 10-15% 추진](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7/PS26071500010t.jpg)
![[단독]OECD국가 항생제 줄이는데…韓 사용량 역대 최고치 찍었다](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7/PS26071500121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