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한·멕시코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FTA에 대해 “우리의 선호는 거기에 있지만 지금 멕시코가 그렇게 응할 준비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FTA를 추진하기에 좀 이르다”며 “USMCA 결과를 보되, 그 사이 무역·투자·산업 협력 이니셔티브를 만들고 국장급 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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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멕시코 FTA 논의의 핵심 변수인 USMCA 재검토는 이미 미·멕 간 실질 협상 단계에 들어갔다. 양국은 지난 7월까지 세 차례 양자 협상을 진행했지만 자동차 원산지 기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관세 혜택을 받는 자동차에 미국산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멕시코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9월로 예정됐던 4차 협상은 연기돼 10월 개최 가능성이 거론된다. 멕시코 당국자는 공식 회담 일정과 별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의 실무 협의는 매일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멕시코산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와 자동차 원산지 기준, 중국의 대멕시코 투자 등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서 가져온 자재와 부품을 멕시코에서 가공·조립해 미국 시장에 판매해 온 점을 짚었다. 그는 미국이 원산지 문제에서 멕시코에 강경한 요구를 제시하고 있다며 “그 문제가 USMCA에서 어느 만큼 가닥이 잡혀야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과 무역협정 내지는 뭔가를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멕 협상 결과가 한국산 부품을 활용하는 기업의 생산·수출 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멕시코는 USMCA 전체 재검토와 별개로 우선 잠정적인 양자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멕시코가 미국의 일부 관세를 완화받는 대신 자동차 원산지와 중국 투자 등에 관한 미국의 요구를 논의하는 구도다. 아직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FTA 선호 밝힌 靑…“CEPA 등 가능성 열어둬”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정부와 기관·기업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와 공동선언 등 17건의 문서를 교환했다. 산업통상부와 멕시코 경제부가 체결한 ‘경제 및 산업·자원 협력 이니셔티브’에는 무역협정 체결 촉진을 위한 협력과 국장급 공동위원회 설치가 담겼다.
고위 관계자는 향후 협정의 형태에 대해 “FTA보다 조금 단계가 낮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생각할 수도 있고, 그보다 조금 더 낮은 상호보완적인 무역 체계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 합의한 것은 특정 협정의 협상 개시가 아니다. 공동위원회에서 양국에 어떤 이익이 있는지 검토한 뒤 다음 단계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 대통령의 멕시코 일간지 엘우니베르살 서면 인터뷰가 ‘FTA 협상 재개’로 해석되자 “대통령은 한·멕시코 경제협정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 수석은 현재 논의 중인 것은 “시장 개방 중심의 FTA가 아니라 포괄적 협력을 위한 경제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고위 관계자는 FTA가 한국의 선호이지만, USMCA 협상이 진행 중인 멕시코와 당장 협상을 시작할 여건은 아니라는 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힌 셈이다.
양국의 무역협정 논의는 20년 가까이 결실을 보지 못했다. 2006년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 협상을 시작한 뒤 2007년 높은 수준의 FTA로 격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장 개방 범위를 둘러싼 이견으로 2008년 협상이 중단됐다. 이후에도 정상 차원에서 협상 재개에 공감했으나 정식 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李, 관세 애로 제기…기업인들은 투자 확대 의지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멕시코의 관세 조치로 인한 한국 기업의 부담도 거론했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 등 무역협정 미체결국에서 수입하는 1400여개 품목에 5∼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철강,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도 대상에 포함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관세 부담과 관세 면제·환급 절차 지연 등을 하나씩 제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 수락된 건 아니지만 어떤 것들은 살펴보겠다, 긍정적으로 보겠다는 반응이 있었다”며 후속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멕시코 정부의 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인 ‘플랜 멕시코’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멕시코의 국가 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하고 백신 품질관리 역량을 이전하는 방안을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LG 측은 전장과 자율주행 분야로 투자를 확대하고, 멕시코 5개 주에 구축해 온 생산 거점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기업인들은 현지 사업 현황과 향후 계획을 소개하면서 멕시코의 산업 육성 정책에 맞춘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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