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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주요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는 올해 상반기 4.4% 올랐지만, 하반기 들어 떨어지기 시작해 이달 들어서는 2.2%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6월 말 고점(106)을 기록한 후 이날 101.48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말 이후 최저치다.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전망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9월 0.2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을 67.5%로 보고 있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석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오는 23일 연설에서 금리인하와 관련해 추가 단서를 제공하면 달러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달러화를 서둘러 팔아치우려는 수요가 늘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이후 헤지펀드들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면서 달러화 매도에 나선 것도 달러화 약세에 기여했다. 씨티는 FT에 “8월 7일 이후 헤지펀드 고객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달러화가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며 “현재 은행의 미 달러화 포지셔닝 지표는 2021년 5월 이후 가장 약하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완화 쪽으로 사실상 고정된 만큼 장기적으로 달러화의 추가 약세는 확정적이다. 브라질 헤알화나 튀르키예 리라화 등 더 높은 금리의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엔캐리 트레이드에서 달러캐리 트레이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ING의 리서치 책임자인 크리스 터너는 FT에 “달러화에 대한 (매수) 포지션은 평평하게 이동했으며 확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숏 포지션으로 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치고 빠지기 식의 단기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미 대선을 앞두고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블룸버그는 “헤지펀드는 일반적으로 대형 자산 관리자들보다 더 빠르게 거래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달 초 전 세계적인 증시 폭락을 촉발했던 미 경기침체 우려는 해소됐지만, 미 경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하고 있다는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는 달러화 약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주요10개국(G10) 외환 전략 책임자인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는 “달러화 가치는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라보방크의 제인 폴리 외환 책임자도 “우리는 미국이 경미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본다. 미 경제는 확실히 둔화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 상승으로) 수렴하고 있다”며 “미 달러화의 가장 큰 경쟁 통화인 유로화는 독일 제조업 약화 및 중국의 수요 감소에도 7월초 이후 달러화 대비 3.6% 상승했다”고 밝혔다.
인베스팅닷컴은 “시장은 연준이 연말까지 최대 1%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 최소 한 번은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서 이러한 기조가 엿보이면 달러화 약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반면 파월 의장이 비교적 중립적인 고용 데이터와 연준 목표치보다 여전히 높은 3% 인플레이션 전망을 유지한다면 달러화 매수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