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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 국가 니제르 군부에 "무력사용" 경고… 퇴진 압박

박종화 기자I 2023.07.31 10:50:15

ECOWAS "1주일 내 헌법 질서 회복 안되면 모든 조치"
니제르 군부 "ECOWAS 맞서 우리 조국 지키겠다" 반박
경제적 고립에 '세계 최빈국' 니제르 민생 파탄 위기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니제르 군부에 헌정을 복구하지 않으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니제르의 정치·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30일(현지시간) 니제르 수도 니아메의 프랑스대사관에서 친군부 시위대가 니제르 국기와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쿠데타 세력에 대한 서방의 압박에 항의하고 있다.(사진=AFP)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COWAS는 이날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즉각적인 석방과 대통령·국가원수직 복귀, 니제르 헌법 질서의 완전한 회복을 촉구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 정상은 “일주일 내에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니제르의 헌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다. 이 조치엔 무력 사용도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COWAS는 2017년 대선 패배 후 퇴진을 거부하던 야흐야 자메 당시 감비아 대통령을 군사 개입을 언급하며 압박해, 평화적 정권 이양을 도운 바 있다. ECOWAS는 이와 함께 니제르와의 국경을 폐쇄하고 자국 내 니제르 군부의 자산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주 니제르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바줌 대통령을 구금하고 권력을 장악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장군은 이제 자신이 니제르의 국가원수라고 자칭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도 쿠데타를 규탄하며 니제르에 대한 경제원조를 중단하기로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바줌 대통령과 그 가족을 석방하고 모든 국가 기능이 민주적·합법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돌아가야 한다는 데 ECOWAS와 역내 지도자들의 목소리에 동의한다”는 설명을 냈다. 니제르 군부는 서방이 ECOWAS 등과 손잡고 쿠데타 세력을 제압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군정 대변인인 아마두 압드라만 대령은 “우리는 ECOWAS나 다른 협잡세력(adventurer)에 맞서 우리 조국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다시 확인한다”고 밝혔다. 또한 친군부 시위대는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며 서방의 간섭을 비판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인 니제르는 매년 국제사회에서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이르는 원조를 받고 있다. 쿠데타로 이 같은 원조가 중단되면 니제르 국민은 치명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로이터는 정치 전문가를 인용해 과거 말리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도 ECOWAS가 경제 제재를 가했지만 군부보다는 민간인에게 더 큰 타격을 줬다고 지적했다.

서방이 중심이 된 경제제재에 니제르가 친(親) 러시아 성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쿠데타 전 니제르는 서아프리카에서 몇 안 되는 친서방 국가로 미국은 니제르를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거점으로 이용했다. 이다얏 하산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선임연구원은 “강력한 제재는 점점 반서방 정서가 강해지는 지역의 시민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방 규탄 시위에서 친군부 시위대는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친러 정서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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