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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강원 고성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식목일인 5일 강원 영동, 경상 동해안 등 전국 곳곳에서 오전까지 강한 바람이 불겠다. 24절기 중 청명(淸明)이기도 한 오늘 하늘은 맑겠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영동에 강풍경보, 충남 서해안과 북부·경상 동해안에는 강풍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동해안에는 오전 9시에서 낮 12시 사이 남서풍의 바람이 우세하다. 풍속은 초속 10m(시속 36㎞)이나 순간적으로 20m/s(72㎞/h)로 세차게 불 것으로 예측된다.
최대 순간 풍속(m/s)은 △미시령 26.7 △속초 10.5 △울진 9.3 △간성(고성) 7.6 △옥계(강릉) 6.5 △동해 5.6 등이다. 오후 12시 이후엔 ‘강풍 경보’는 해제되겠으나 풍향은 서에서 서북서풍이 7m/s(25㎞/h) 내외, 순간 15m/s(54㎞/h)로 불겠다.
기상청은 “오늘 오전(12시)까지 서풍 계열의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그 밖의 지역에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며 “특히 오전까지 순간풍속이 충남 서해안과 동해안은 20m/s(72㎞/h), 강원 산지는 30m/s(108㎞/h) 이상 매우 강하게 불겠으니 산불 등 화재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내일(6일) 12시 전후로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겠다. 예상 강수량은 5~10㎜, 영동지방은 5㎜ 정도로 많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내려진 건조 특보는 일부 서쪽지방은 해제되겠으나 영동 지역 등 동쪽 지방은 건조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향후 10일 전후에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겠으나 중부지방은 건조한 날씨가 앞으로 10일 후까지도 계속되고 바람도 다소 강한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산불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기상청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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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세찬 바람이 부는 이유는 한반도의 남북으로 기압 밀도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제주도 인근에는 이동성 고기압이, 한반도 북쪽에는 저기압 중심이 각각 위치하며 남고북저의 기압배치가 이뤄지며 서풍이 불고 기압밀도가 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특히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지역은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바람이 고온건조해지고 기온 역전층 형성과 지형적인 영향으로 낮은 지형인 동해안 지역으로 바람이 매우 강해지는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 불리는 4월에 매우 강한 바람이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불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상청은 “오전에 점차 남고북저의 기압배치가 해소되면서 한반도의 기압밀도가 약해지며 바람 강도가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라며 “밤사이처럼 다시 강해지는 조건은 아니지만 산불지역은 국지적으로 상승류가 강하게 발생해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돌풍이 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원 동해안 지역의 건조하고 강한 바람은 봄철 대형 산불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14년 전인 2005년 4월 5일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든 양양군에서의 산불도 이와 닮은꼴이었다.
당시 최대 순간 풍속은 초속 기준 미시령 37m, 양양·대관령 26m, 속초 21m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지역엔 강풍주의보와 함께 건조주의보까지 발효돼 있었다. 지난 2000년 4월에 고성·강릉·동해·삼척과 경북 울진 등을 덮쳐 2만3448㏊를 불태운 사상 최대 산불 때에도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27m에 이르렀다.
▶ 양간지풍(襄杆之風)
봄철 이동성 고기압에 의해 영서에서 영동 지방으로 부는 서풍으로 고온건조하고 풍속이 빠른 국지풍의 한 종류이다. ‘강원도 영동지방의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의미이며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이란 뜻에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고도 불린다. 양양 지역에서는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火風)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