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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은행권이 2021년 상반기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 연계 증권(ELS) 상품에서 올들어 5000억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 홍콩H지수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2차 조사를 벌인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 등 4개 은행에서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5184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우리은행은 오는 3월까지 만기 도래분이 없어 아직 고객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다. 4개 대형 은행에서 이 기간 3년 만기가 돌아온 상품은 9649억원어치다. 그중 총 4465억원만 상환돼 전체 손실률은 53.7%였다.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은 보통 가입 후 3년 뒤 만기가 됐을 때 홍콩 H지수가 가입 당시의 70%를 넘으면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지만, 70% 밑으로 떨어질 경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초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올해 전체 15조4000억원,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H지수가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손실이 커지고 금감원에 제기된 민원만 3000여 건이 달하는 가운데, 금감원은 16일부터 2차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앞선 1차 현장 검사에서 금감원은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 보험금에 대해 투자권유를 하거나, 증권사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하도록 하는 등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금감원은 1·2차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안에 배상 기준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책임 분담의 핵심은 은행 등 판매사들의 ‘적합성(투자자 특성과 상황에 맞게 상품을 권유) 원칙’ 준수 여부다. 금감원이 배상안을 마련하면 각 금융사가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자율배상안을 마련해 소비자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상액이 손해액 대비 어느 정도까지 인정될지가 관심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서도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 개선 방향과 관련해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뚜렷하게 방향성이 정해져 있다기보다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