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년을 맞은 A씨(19)는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사생을 헤맸다. 지난해 부천세종병원에서 심실보조장치(VAD)를 삽입술을 받고 심장이식 수술을 대기하던 중 갑작스레 뇌출혈이 왔기 때문이다. 긴급수술 후 중환자실에 머무른 지 2주째. 심장 공여자가 나타났다. 뇌출혈 수술로 몸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는 꿈에 그리던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마침내 건강을 회복했다.
A씨는 “한평생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 같다”며 “이제 끝이라 생각했는데, 행운이 찾아왔다. 기쁘면서도 아직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A씨는 삶 전체가 우여곡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나자마자 분유를 잘 못 먹고 숨이 차는 증세를 보여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그는 그렇게 생후 12일째 심장전문 부천세종병원과 인연을 맺었다. 병명은 기능성 단심실·대동맥궁 단절. 두 개가 있어야 하는 심실이 하나밖에 없고, 심장 상행 대동맥에서 대동맥궁(활모양 혈관)을 지나 하행 대동맥으로 이행하는 부위가 완전히 끊어진 선천성 복잡 심장기형이다. 생후 18일 첫 심장 수술을 시작으로, 생후 5개월 심박동기 삽입, 생후 9개월 양방향성 상대정맥·폐동맥 단락술(BCPS)을 받았다. 3세때는 단심실을 가진 환아에게 최종적으로 할 수 있는 폰탄 수술까지 받았다.
폰탄 수술은 전신을 순환하고 온 혈액이 심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폐로 흘러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수술이다. 희망을 찾았지만, 이후부터 A씨의 삶은 ‘조심’ 그 자체였다. 몸에 큰 충격이 가지 않도록 했고, 그 흔한 감기도 주의했다.
희망이 다시 슬픔으로 바뀐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갑자기 복수가 차고 혈압이 떨어졌다. 단심실 기능이 악화해 생긴 합병증이다. A씨는 결국 말기심부전 판정을 받았다. 치료 방법은 심장이식뿐. 우선 이식 전까지 버틸 수 있게 심실보조장치(VAD) 삽입이 필요했다. 그러나 어릴 적 폰탄 수술 이력이 발목을 잡았다. 폰탄 수술 환자는 일반 심장병 환자들과 그 구조가 달라 국내에서는 VAD 삽입이 시도된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A씨는 여러 장기 부전과 간·신장 기능마저 악화하고 있어 한시가 급했다.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태어나서부터 한평생 이곳에서 치료한 A씨의 이력을 토대로 또 해외 사례와 각종 논문을 연구해 VAD 삽입을 결정했고,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주치의 김정윤 과장(소아청소년과)은 “심실기능저하를 보이던 A씨는 VAD 삽입으로 심박출량을 늘리는 한편, 압력이 높아 있던 폐정맥·폐동맥 등의 압력을 낮춰 장기 기능 부전을 호전시키고 산소포화도를 상승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다행히 예상대로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심장이식 대기 중 A씨의 뇌출혈 사태와 심장 공여자 등장, 심장이식 수술까지. 부천세종병원 의료진은 그의 한평생 든든히 곁을 지켰다. A씨 보호자는 “아들의 아픔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긴 여정 끝에 국내 최초 폰탄 후 VAD 성공과 뇌출혈 수술 직후 심장이식 수술 성공까지 2번의 행운이 연달아 찾아왔다”며 “아들이 태어나고 20여년간 정성을 아끼지 않은 부천세종병원 모든 의료진께 감사하다. 도움받은 은혜, 앞으로 다른 심장병 환우를 살피는 봉사로 갚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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