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여객기 추락 사고]
사망 신원 확인될 때마다 곳곳서 통곡
얼굴 감싸쥔 채 울음 삼키는 가족들
[무안(전남)=이데일리 박기주 정윤지 기자] “우리 언니 살아있는 거 맞냐구요. 빨리 알려달라구요.”
하루 평균 100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조용하던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슬픔으로 가득찼다. 29일 사고 소식을 듣고 몰려온 가족과 지인들은 얼굴을 감싸쥔 채 울음을 삼키고 있었고, 사고 현장이 나오고 있는 뉴스 화면을 망연 자실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사고 수습과 관련해 항공사 및 공항 관계자들과 의견이 충돌하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자 가족들이 소방 당국의 사망자 명단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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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는 29일 사고 수습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현장긴급구조통제단을 구성하고 무안공항 현장에 임시안치소를 설치, 시신을 안치했다. 이 현장을 찾은 탑승자 가족 대부분은 오전부터 흘린 눈물로 이미 눈시울이 붉어진 상태였다.
|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자 가족들이 소방 당국의 사망자 명단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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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설치된 안치소 브리핑 현장에서 사망이 확인된 탑승객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로비 곳곳에서는 비명이 터져나왔다. 제발 자신의 가족 이름이 불리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눈빛이 브리핑을 하는 당국 관계자들에게 쏟아졌고, 곳곳에서는 한숨소리와 통곡이 이어졌다. 이들은 “빨리 명단을 확인해 달라. 목소리 좀 크게 해달라”며 고성을 쏟아냈다.
이어 관계자들의 발표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유족들의 항의가 쏟아지면서 이내 고성으로 가득찼다. 비행기 추락 사고가 화재로 이어지면서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문 등 인적 사항을 대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체되는 시간이 유족들에게 힘든 시간이 되면서다. 공항 관계자는 “우리가 신속하게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체되고 있는 부분 양해 바란다”며 가족들을 진정 시켰다.
|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취재진들이 소방 당국 발표를 취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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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몰려든 유튜버들과의 갈등도 빚어졌다. 유튜버들은 무분별하게 공항 전반을 촬영했고, 이 과정에서 “찍지 말아라, 여길 왜 찌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사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무안공항을 찾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알려달라”, “가족들을 먼저 생각해달라” 등 탑승객 가족들의 요구도 이어졌다. 최 권한대행은 가족들의 잇단 항의에 “알겠습니다”는 짧은 답변을 내놓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찰특공대가 사고 현장에서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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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방청은 이날 오후 3시 18분 현재 탑승자 181명 중 사망자 124명이 확인됐다. 남자는 54명, 여자는 57명이다. 13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생존자는 20대 승무원 2명이다. 정부는 소방 490명, 경찰 455명, 해경 27명, 시군청 50명, 의소대 50명, 군 340명, 유관기관 150명 등 총 1562명이 투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