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빅테크, 올해 AI 투자 6600억달러…"외부 조달 불가피"

방성훈 기자I 2026.02.09 08:10:20

투자액이 현금흐름 웃돌아…회사채 발행 나설듯
AI 거품론도 다시 고개…"현금흐름 불확실성 커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알파벳(구글)·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인공지능(AI)에 6600억달러(약 967조 230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사진=AFP)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아마존·메타·MS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AI 개발 및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위한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아마존은 올해 자본 지출(CAPEX) 예상액을 200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50% 급증한 금액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추산에 따르면 영업 현금흐름(1800억달러)을 넘어설 전망이다. 즉 AI 투자로 현금흐름이 올해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의미여서 발표 당일 주가는 5.6% 하락했다.

알파벳은 최대 1850억달러, 메타는 최대 1350억달러를 각각 예상했다. 알파벳의 올해 영업현금흐름은 1950억달러로 여유가 크지 않다. 알파벳의 장기부채는 2024년 109억달러에서 지난해 465억달러로 급증했으며, 보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68억달러로 집계됐다. 메타 역시 예상 영업현금흐름 1300억달러를 웃도는 투자 규모다.

MS는 구체적인 금액은 내놓지 않았으나, 올해 최대 1400억~145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빅테크들은 AI와 관련해 66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추산된다.

실리콘밸리는 빅테크들의 대규모 투자를 ‘인터넷 이후 최대 혁신 물결’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하면서도, 막상 투자 계획이 공개되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실제 현금흐름만으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채권·주식시장을 통한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미 아마존은 공시를 통해 회사채 또는 주식 발행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라클 역시 지난주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 기반을 강화했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사상 최대 규모인 300억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FT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빅테크 경영진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축소, 현금보유액 활용, 외부차입 확대 등 세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현상은 고등급 회사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기술·미디어 기업들이 최소 3370억달러 규모의 고등급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TD증권 분석가들도 “최근 미국 투자등급 채권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아마존·메타·알파벳과 같은 기업들의 잠재적인 ‘초대형 거래’에 힘입어 다음 주 기업 투자등급 채권 발행액이 8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평년의 두 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AI 거품’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BNP파리바 분석가들은 “오라클,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향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MS만이 비교적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AJ벨의 러스 몰드 이사는 “빅테크 기업들이 ‘경량 자산 중심 모델’(asset-light)에서 ‘자산집약형’(capital-intensive)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며 “현금흐름의 가시성과 예측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AI 중심 기술기업들의 매출 성장 속도보다 설비투자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그 첫 신호가 부채 의존 확대와 자사주 매입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주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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