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서클' 키운 '거수기' 금융지주 이사회…이찬진, 칼 빼든다

김국배 기자I 2025.12.21 18:56:53

대통령 질타에 금융지주 초긴장
"이사회 기능 상실"…내달 입법 개선 과제 도출
'깜깜이 선임' BNK금융, 금감원 검사 대상에
'이사회 구성까지 흔든다' 관치 논란도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공개적으로 질타하자, 금융지주사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적한 ‘이너 서클’ 문제를 키운 건 결국 이사회의 무력화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 전망이다. 회장·은행장 간 순환 구조가 반복되는 동안 이사회가 실질적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 폐쇄적 지배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李대통령, 지배구조 작심 비판…당국, 이사회 독립성 겨냥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생중계’에서 금융사들을 향한 비판적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금융지주 지배 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 지배구조 관련 투서가 요즘 엄청나게 들어온다”며 최근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달 들어 현직 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곳은 신한금융, BNK금융 등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대통령 발언의 초점을 이사회 기능 상실에 맞추는 분위기다. 이사회가 후보 추천·검증 과정에서 독립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기존 경영진이 짜 놓은 틀을 승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당국도 문제의 원인을 ‘이사회’로 지목하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업무보고 자리에서 “근본적으로 이사회의 기능과 독립성이 크게 미흡해 벌어지는 일”이라며 대통령 발언에 즉각 호응했다. 이 원장은 앞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결국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추천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원장은 IT 보안과 금융 소비자 분야의 대표성 있는 사외이사 1명 이상을 포함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학계 출신 비율 높은 이사회…추천권 다양화 필요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주주 추천 이사가 없는 상태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도 주로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하고 있다. 또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2명 중 14명이 현직 교수로 학계 출신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외국인 주주들은 금융지주에 사외이사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교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발언을 두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혁이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며 “이는 단순한 관리·감독 강화 차원을 넘어 금융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정책 어젠다(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라고 했다.

금융권의 시선은 이제 금융당국으로 향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입법 개선 과제를 내년 1월까지 도출한 뒤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에 대해 현 지주 회장들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선 추천권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금융지주나 은행 등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통령과 금융당국 압박에 금융지주사들은 표면적으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회장 승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내년 이후 진행 예정인 곳들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정감사 등에서 ‘깜깜이 선임’ 지적을 받은 BNK금융은 금융당국의 첫 번째 검사 대상에 올랐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서도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5대 금융지주와 3개 지방지주까지 8개 지주사의 사외이사 63명 중 25명(약 40%)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기업인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식의 ‘관치 금융’ 논란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이사회 역할 강화를 위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사외이사 비율 의무화(3분의 2 이상)와 주주 제안권 완화로 투명한 CEO 선임을 유도해야 한다”면서도 “감독·검사 강화는 필요하나 정치적 간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이 요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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