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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검은 계열 정장에 흰색 셔츠, 빨간 넥타이를 매고 오전 8시 59분께 서울 중구 한은 16층 금통위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자리에 착석해 취재진 요청에 따라 의사봉을 여러 차례 두드렸고, 취재진에게 “다들 좀 있다 뵙겠다”고만 하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이어 시계가 9시 정각을 가르치자 “바로 희의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장은 취재진을 비롯해 60여명이 운집했다. 앞서 오전 8시 57분께 유상대 부총재를 비롯해 김종화·이수형·장용성·신성환·황건일 등 6명의 금통위원들은 일제히 회의실에 입장했다. 평소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던 날과는 다르게 이들은 아무런 말없이 마른 침을 삼키거나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등 긴장감만이 전해졌다.
미국 대선 이후 고환율 고착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발 신중론까지 확산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향방도 엇갈리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금통위 핵심은 오전 11시 10분께 열리는 이 총재의 기자회견이다. 앞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에 대한 고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면서 “금리 인하가 민간 신용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을 (통화정책 결정 때)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금통위의 최대 고민은 가계부채 상승세다. 물가 여건은 비교적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 성급한 금리 인하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미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 성장을 억누를 뿐 아니라 금융 위기를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한은은 기준금리 결정 결과를 이날 오전 10시 전후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