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임시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온 손모(32)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모여든 인파로 그는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손씨는 “진료소 안이 너무 혼잡하고, 밀집해 있어서 검사소 안에서 코로나에 걸릴 판”이라며 “바뀐 체계가 오히려 비효율적이고 어수선하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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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방역당국이 검사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꾼 이후 곳곳에서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신속항원검사는 개인이 직접 검체를 채취하는 ‘셀프검사’ 방식이라 혼란을 더할 뿐만 아니라 ‘방역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선별진료소의 풍경은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했다. 한쪽에는 검사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이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대기장소에는 70~80여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대기소 밖까지 넘쳤다.
PCR(유전자증폭) 검사와 신속항원검사 줄은 구분돼 있지만, 인파가 몰리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선별진료소의 한 관계자는 PCR 검사를 받는 장소를 막아서며 “이쪽으로는 넘어오지 마세요”, “위험해요”라고 잇따라 외쳤다.
다른 지역 선별진료소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광진구의 한 임시선별검사소는 입구에서부터 인파가 몰려 진료소 관계자가 PCR 검사 대상자와 신속항원검사 대상자를 분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음성확인서 발급에도 난관이 이어졌다. 삼성역 6번 출구 앞 임시 선별진료소는 신속항원검사가 불가능해 음성확인서 발급을 받으려는 이들은 헛걸음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인 곽모(30)씨는 부랴부랴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한 곳을 수소문했지만, 진료소 측은 “다른 곳을 가도 이중접수가 돼 검사를 못 받는다”고 안내했다. 곽씨는 “이럴 거였으면 앞에서 미리 안내를 해줘야 하지 않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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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검사’ 시스템은 혼란의 주범이었다. 의료진은 절차에 서툰 외국인이나 노인들을 안내하기 위해 인파를 오가며 동분서주했다. 의료진들이 바빠지자 음성확인서 등 검사결과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도 펼쳐졌다. 검사를 마친 한 시민은 “검사용 디바이스에 용액을 뿌려야 하는지 몰랐다”며 다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실제 선별진료소를 찾은 이들은 새로운 검사체계가 오히려 혼란을 키운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신속항원검사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직접 해주던 PCR 검사와 달리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병목현상이 발생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자가진단키트는 15~20분 사이에 결과가 나오지만, 인파가 몰려 대부분 1시간이 넘어서야 비로소 검사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이날 진료소를 찾은 김모(32)씨는 “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검사를 완료했다”며 “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져 불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의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검사 체계가 바뀌고 굉장히 혼잡해졌다. 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안내해야 하고, 대기시간이 있다 보니 더 오래 걸리는 상황”이라며 “민원도 훨씬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선별진료소 관계자도 “(안내하느라) 소리를 질러서 목이 쉰 상황”이라며 “업무 강도가 더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약국에서도 자가진단키트 품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성동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물량이 아예 없어서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키트가 있는지 묻는 문의 전화를 하루에도 100통 넘게 받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송파구의 한 약국도 “자가진단키트 재고가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3배 이상 늘었다”며 “애초에 물량이 적은 편이었던데다 찾는 사람까지 많아져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바뀐 코로나19 검사 체계에 우려를 표했다. 김우주 고대구로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PCR 검사를 못 하니까 신속항원검사를 동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관련해서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음성자가 안심하고 밖을 돌아다니면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