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합병을 앞두고 양사 이사회는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를 구성, 주주 의견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셀트리온 주주 중 합병 찬성 의견은 8.7%에 불과했다. 반대는 36.2%, 기권은 55.1%였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과거 약속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주주들 의중에 힘을 실었다.
소액주주 반대 비율이 높았던 건 합병비율 때문이었다. 반대한 주주의 58%는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주주들은 셀트리온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게, 셀트리온제약 가치는 높게 평가됐다고 인식했다.
셀트리온 이사회는 이 설문결과를 토대로 현 시점에서 셀트리온제약과 합병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선 셀트리온그룹의 ‘쿨한’ 태도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국내 인수합병(M&A)이 대부분 대주주 이익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 합병 철회까지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장 두산그룹과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는 합병 사례를 살펴봐도 소액주주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의 경우 두산밥캣(241560)을 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454910)와 합병, SK의 경우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의 합병을 앞두고 주주들 사이에서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사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근거해 합병비율을 산정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합병비율 산정에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닌터라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받았다는 외부 평가도 쏟아지고 있다.
반면 셀트리온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의견 취합은 물론, 외부 회계법인과 컨설팅사 조사 등을 통해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재무·비재무적 위험과 시너지 등을 평가한 뒤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이 이번에 셀트리온제약과 통합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사례가 여타 대기업들에게도 빠르게 확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