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은 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의과대학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양측은 토론장으로 나와서 의료개혁의 방향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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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지역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조 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의사들도 일손이 부족한 점을 절감하고 있다”며 “지금 지역은 중환자가 아니라 경증 환자만 와도 허덕거린다. 인천도 이런 사정인데 다른 지역은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를 최소한 OECD 평균까지는 늘어야 한다”고 했다. OECD가 지난해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보다 적다.
조 원장은 의대 증원을 의료 공공성 강화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수를 늘리면서 동시에 지역에서 경증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1차 의료 교육을 강화하고 상급병원으로 몰리는 경증·외래환자를 1·2차 병원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외국은 가정의학과 같은 1차 의료진이 전체 의사의 30~40%를 차지하는데 우리는 80%가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같은 세부 과목을 전공한다”며 “다들 세부과목만 배우고 개원하니까 동네에서 포괄적인 일반진료를 못 보고 대학에서는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에서 첫 단추는 1차 병원인데 지역의 경증 의료를 책임져야 할 이곳이 무너지니까 환자들은 모두 대학병원으로 가고 지역병원은 경영난에 시달린다”며 “상급병원들도 수입의 절반가량을 비급여 의료가 용이한 외래진료에 의존하는 탓에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보느라 수술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역·병원 간의 의료 불균형을 해결할 방안으로는 ‘상급병원 외래 제한’과 ‘1차 의료교육 강화’가 꼽혔다. 조 원장은 “대학병원의 외래진료를 중증·응급 수술 후 일시적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진료는 동네 1·2차 병원으로 내려보내야 한다”며 “수련 과정도 1차 의료교육을 늘려서 새로 유입되는 의사들이 1·2차 병원에서 포괄적인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의대 증원과 외래 제한으로 생길 교육과 경영상의 부담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 원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올해 초부터 외래환자를 30% 줄이면 그 손해를 정부가 지원하는 ‘상급병원중증화시범사업’을 시작했다”며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상급병원의 의료 수가를 1.5배 늘리면서 외래진료를 지역병원으로 옮기도록 점차 유도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정부는)물러서지 말고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지원을 약속해서 개혁에 따르는 병원과 의사를 돕는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를 향해서도 “의대를 증원해야 하면 늘릴 수 있게 지원을 달라고 해야지 교육할 시설과 자원이 없어서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강의실이 부족하면 강의실을 빨리 지어달라고 하고 학교와 정부에 강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조 원장은 전공의들에게 병원으로 돌아올 것을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공공의료를 이끌 사람은 젊은 전공의들이고 이들이 토론장에 나와서 의료 개혁에 대해 의견을 내줘야 한다”며 “병원으로 돌아와서 왜 의사가 됐는지 돌아보고, 공론장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나눈다면 시민들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