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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윤석열 목 겨눈 3개의 칼…박범계 '중복 수사' 지지한 속내는?

남궁민관 기자I 2021.09.17 11:00:30

'고발 사주 의혹' 공수처·대검 이어 중앙지검도 '칼'
목표는 윤석열 개입 여부…중복수사·檢-公 충돌 우려
檢 불신해 온 박범계, 이번엔 "신속" 앞세워 지지 '왜?'
법조계 "의혹 커 보이게 한 뒤 공수처에 떠넘기려" 의구심도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 서울중앙지검까지 칼을 빼 들고 나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 3개의 칼이 한꺼번에 윤 전 총장을 겨누게 됐다. 그간 검찰 수사를 불신해 온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번엔 검찰 수사를 지지하면서 ‘이중 잣대’라는 불편한 시선이 나오는가 하면, 이번 의혹을 더욱 키우고 싶어하는 범여권의 기대에 부합하려는 박 장관의 정치적 셈법이라는 의구심 어린 평가도 나온다.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검찰 가세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공수처·대검 이어 중앙지검 가세…‘중복 수사’ 우려는?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넘겨받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윤 전 총장 등에 대한 고소 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 최창민)에 배당, 수사에 돌입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지난 13일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김웅·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성명불상자 1명 등 7명에 대해 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데 대한 조치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선거방해 및 개인정보보호법·공직선거법 위반 등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왼쪽 두번째)와 황희석 최고위원(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수사팀은 배당 받은 공공수사1부 소속 검사들과 함께 대검에서 파견된 연구관 2명 등 7~8명으로 꾸려졌으며, 기존 공수처 수사와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의 진상 조사와 별개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사실상 세 수사 기관이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진상 규명에 화력을 집중하게 된 것이다.

지난 10일 윤 전 총장과 손 검사를 입건하며 수사에 돌입한 공수처는, 이들에게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함께 수사 범위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관련 범죄로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했다. 그런 만큼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전반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수사에 돌입한 중앙지검은 특수 사건 성격이 강한 이번 의혹을 반부패강력수사부가 아닌 공안 또는 선거 관련 범죄 주력인 공공수사부에 배당한 것으로 미뤄볼 때 선거 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대검 감찰부는 이번 의혹이 대검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부 관계자들에 대한 진상 조사를 통한 공수처와 중앙지검 수사를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이번 의혹의 최종 목표는 윤 전 총장의 개입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세 수사 기관의 ‘중복 수사’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와 사건 주요 관계인 등 참고인이 모두 겹치는 상황에서 중복된 압수 수색이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간 이첩 기준 등을 놓고 연일 갈등을 빚어온 공수처와 검찰이 수사 주도권을 놓고 ‘힘 겨루기’를 재차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공수처가 이미 관련 혐의를 모두 적용해 사건 수사에 돌입한 상황에서, 검찰은 동일한 피의자와 혐의로 수사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공수처에 이첩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공수처와 검찰 두 수사 기관이 피의자와 피해자, 참고인을 소환하고 강제 수사하는 것은 인권 보호 측면에서 옳지 않고, 더욱이 공수처법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현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국민들은 실제 규명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檢 불신해 온 박범계의 ‘지지’…속내 의심 목소리도

박 장관은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중복 수사’ 우려와 관련 “대검, 공수처, 중앙지검 세 주체가 다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중복 혼선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일축하면서 오히려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이와 관련 박 장관의 ‘이중 잣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박 장관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 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검찰이 수사 중이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두고 “공수처법에 의하면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겠다”며 사실상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로 답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해당 사건 수사 대상자로는 이성윤 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고검장), 이규원 검사 등 친(親)정권 인사들이 올라 있었다.

이번 고발사주 의혹 주요 수사 대상자들 역시 전·현직 검사와 국회의원으로 공수처법상 공수처가 수사를 맡아야 하는 사건인 데다 실제로 이미 공수처가 수사에 돌입한 상황이지만, 박 장관은 이번에는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박 장관이 검찰 수사를 지지하고 나선 데에는 일종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대검이 진상 조사에 돌입한 이후 박 장관은 국회에서 ‘상당히 유의미하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 여권에서는 이번 의혹을 크게 만들고 싶은 기대치가 있다”며 “이런 와중에 박 장관이 검찰 수사를 막고 공수처에 사건을 넘긴다고 하면 ‘검찰이 봐도 수사가 안 되는구나’라는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다. 이는 박 장관의 발언에도 모순될 뿐더러 여권의 기대치에도 못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대검이 진상 조사에 돌입한 이후 아직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한 것을 보면 상당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박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일단 검찰 수사를 지지하면서 마치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다음 이후 공수처법을 내세워 이첩하면, 행여 윤 전 총장 불기소 결과가 나오더라도 공수처에 책임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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