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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인등산에는 1184㏊ 규모의 인재의숲이 중심에 있다. 이 숲은 기업과 기업인이 환경과 인재육성, 미래에 대한 가치 있는 투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교육 장소로 유명하다.
숲의 조성은 1972년 시작했다. 고 최종현 SK 선대 회장은 민둥산이던 인등산에 나무를 심고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해 한국 최초의 기업형 조림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일찍부터 “자원과 기술이 부족한 우리가 강대국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며 인재보국(人才報國)의 경영철학을 역설했다.
먹고 살기 힘들어 국가와 기업, 국민 모두 돈 벌기에만 몰두할때 고 최종현 회장은 인재양성과 기업의 사회공헌, 환경에 대한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시대를 앞선 기업인이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는 수익성 좋은 나무를 심어 30년 후부터 벌목한 뒤 해당 자금으로 안정적인 장학기금을 마련한다는 ‘선순환식 수목경영’을 고안했다. 이를 위해 여의도 면적 14배에 달하는 황무지였던 충북 충주의 인등산을 비롯해 충북 영동의 시항산, 충남 천안의 광덕산 등 4500㏊ 임야를 사들였고, 인등산에는 자작나무와 가래나무 등 100만그루의 나무를 심어 ‘인재의 숲’을 이뤘다.
또 1974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의 장학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석유파동으로 모 기업인 선경이 힘든 시절을 버티고 있을때 최 회장은 사재를 털어 장학사업을 벌였다.
이렇게 탄생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지난 50년간 한국인 최초의 하버드대 종신 교수인 박홍근 교수, 하택집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 천명우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등 세계 유명 대학의 박사 861명을 배출했으며 장학생 4261명을 지원했다. 1970년대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 방식은 지금도 놀라울 정도이다. 국비 장학생도 없었던 시절에 아무런 조건 없이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지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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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등산에 1184㏊ 규모에 식재된 나무는 자작나무와 가래나무 등 활엽수로만 조림했다. 1970년대 산림녹화 시절 정부와 국민은 빨리 자랄 수 있는 침엽수 위주로 조림했다.
최 회장은 가공 효과가 떨어지는 침엽수 대신 용재 가치를 고려한 활엽수를 주목했다. 30년 뒤 안정적인 장학재단 운영을 위해서는 침엽수에 비해 활엽수가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밖의 반전이 SK의 그늘이 됐다.
30년 뒤 엄청난 가치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나무는 경제성과 거리가 멀었다. 이는 국산목재의 가격이 수십년째 제자리를 걷고 있는 반면 인건비와 자재비 등 모든 생산비용은 치솟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무를 심기만 하고 벌채는 막아 놓은 현 산림정책 등으로 당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조성한 숲의 수익성이 마이너스 상태로 이어졌다.
그러나 또 한 번의 반전이 SK에게 희비를 안겼다. SK임업이 보유한 4500㏊ 규모의 거대한 숲이 갖고 있는 탄소 저장고 역할이 다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나무와 숲은 과학 기반의 유익한 탄소 흡수원이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그린 수소,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활용 등 탄소 감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산림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에 SK임업은 2012년부터 탄소 크레디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국을 대상으로 소규모 신규 조림과 재조림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하는 데 성공하며 현재 조림 기반 탄소 배출권을 개발·확보한 대한민국 유일의 기업이 됐다.
특히 산림에 대해 ‘산림탄소상쇄제도’를 통해 탄소를 자산으로 바꾸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산림탄소상쇄제도는 기업·산주·지방자치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탄소 흡수원 유지·증진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해 확보하는 산림 탄소 흡수량을 정부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
여기서 얻은 탄소 크레디트는 자발적 탄소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SK임업은 2017년부터 한국 보유의 임야를 산림탄소상쇄제도로 등록, 자발적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근간을 마련했다. 이 사업을 통해 향후 30년간 매년 3만7000tCO₂가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매년 1만 5000km를 주행하는 승용차 2만대가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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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임업은 지난 50년간 산을 가꾸고 나무를 심어 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림 기반의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해 탄소 검증 체계(MRV) 기술 고도화, 탄소배출권 거래 생태계 개선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 영역을 확대해 탄소 기반의 비즈니스로의 전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자작나무 수액을 원료로 한 친환경 화장품을 출시,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성용범 SK임업 인등산 수펙스센터 소장은 “고 최 회장은 부지를 어디에 정할지, 어떤 나무를 심을지까지 미래를 내다보고 정하셨다”면서 “당시 정부는 산림녹화를 추진하면서 소나무와 낙엽송 등과 같은 침엽수 위주로 식재한 반면 우리는 장학금의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이다보니 재질이나 가격 등을 고려해 자작나무 34만그루와 가래나무 60만그루 등 활엽수로 수종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나무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고, 법정벌기령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나무 판매를 통한 장학금 재원 마련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는 산림교육 및 자발적 탄소 시장에 탄소 배출권을 판매하고 자작나무 수액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전했다.
성 소장은 “2010년부터는 SK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사 직원들의 환경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교육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SK임업은 일반적인 회사와 달리 영업이익 ‘0’를 목표로 한다. 이는 수익의 100%를 재투자해 그룹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지역주민, 국민에게 개방해 달라는 요구가 많아 이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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