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5.9 장미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진영의 합종연횡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31일, 바른정당은 이보다 사흘 앞선 28일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대선후보 선출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막판 이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차기 대선은 야권 우위로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보수정당과 후보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50% 안팎이고 문재인·안희정·안철수 등 빅3 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는 60%선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 합계는 민주당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한다. 차기 지지율 역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10%를 넘기는 후보조차 없다.
◇‘야권연대 전략 벤치마킹’…보수, 차기대선 앞두고 합종연횡 불가피
역대 대선과 총선에서 연대 또는 단일화 전략은 야권의 전유물이었다. 97년 대선 당시 DJP연대(김대중·김종필)나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대표적이다. 19대 총선과 2012년 대선 당시 야권은 반(反)새누리당을 내세워 전국적인 총선연대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당시 야권이 연대전략을 취한 것은 독자노선으로는 대선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97년 대선과 2002년 대선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다만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단일화 프레임은 식상하다는 비판 속에서 시너지 효과도 크지 않았다. 2012년 대선 패배가 대표적 사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새누리당 분당사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등의 사태를 거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보수는 독자노선으로 대선승리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대선 필패다. 보수가 우파 통합을 명분으로 단일화 또는 연대에 매달리는 이유다. 실제 한국당과 바른정당에서 대선후보 선출이 유력한 홍준표 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상대적으로 보수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이다. 이후 패권주의 반대를 명분으로 중도층과 손을 잡으면서 반(反)문재인 연대전선을 구축할 경우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대선 막판 대역전극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보수분열 구도로는 대선필패…1차 보수단일화·2차 국민의당과 최종 단일화 추진?
보수진영의 전략은 1차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에 나서고 2차로 국민의당 후보와의 최종 단일화 추진이다. 김무성 바른정당 상임고문이 반(反)문재인 단일전선을 위해 바른정당, 한국당, 국민의당과의 3각 연대를 추진 중이라는 설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이 현실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우선 분당 과정의 앙금을 고려할 때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단일화가 험난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며 양당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한국당은 바른정당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친박패권의 정리 없이 한국당과의 연대는 어렵다는 정서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단일화에 합의한다 해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화학적 결합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반(反)문재인 연대를 명분으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 보수 단일후보와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는 더 어려운 과제다. 국민의당은 최대 정치적 기반인 호남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진영 역시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당 후보에 패할 경우 자체 후보없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