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모바일 회사 ‘애플’은 지난 2월 10년간 진행해온 전기차 개발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생성형AI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기존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직원들을 AI 부서로 이동시켰다.
AI가 글로벌시장의 대세다. 이 판도에서 ‘나만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빅테크들의 AI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 전 세계적인 생성형 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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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발 AI투자열풍…작년에만 연 40조원 투입
CNBC가 30일(현지시간) 피치북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약 700건, 투자액은 전년대비 260% 이상 폭증한 291억달러(약 39조 2100억원)로 각각 집계됐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 투자자금 대부분이 벤처캐피털(VC)가 아닌 빅테크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매그니피센트 7’의 AI 투자 규모는 2022년의 44억달러(약 5조 9300억원)에서 지난해 246억달러(약 33조 1500억원)로 급증했다.
CNBC는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생성형 AI 붐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데 전례 없는 금액을 지출하고 있다”고 짚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아마존의 앤스로픽 추가 투자 결정이다. 앤스로픽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과 경쟁하는 생성형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곳이다. 아마존이 앤스로픽에 거금을 쏟아 붓기로 결정한 배경엔 포모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빅테크가 지갑을 열도록 한 ‘AI 골드러시’를 촉발한 건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2019년 오픈AI에 10억달러(약 1조 3500억원)를 투자했고, 이후 투자 규모를 약 130억달러(약 17조 5200억원)까지 늘렸다. 챗GPT 출시와 함께 MS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자리를 다시 꿰찼다. 대조적으로 뒤늦게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든 애플은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전 세계 시가총액 2위 자리마저 엔비디아에 위협받고 있다.
이를 지켜본 아마존은 주저하지 않고 앤스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아마존뿐 아니라 메타 역시 지난해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AI 챗봇 ‘메타 AI’ 베타 버전을 선보였다.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애플은 무려 10년이나 투자해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전면 폐기하고 AI 투자에 집중하기로 했다.
맥쿼리의 미국 AI·소프트웨어 리서치 책임자인 프레드 해브마이어는 “(AI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두려움이 빅테크의 투자 결정을 내리는 요인 중 하나”라며 “그들은 명백히 AI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것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시장엔 확실히 포모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하면 일단 투자…AI 스타트업계서 빅테크 대리전
빅테크의 AI 스타트업 투자는 지역이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MS는 지난달 프랑스의 미스트랄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500만유로(약 218억원) 투자를 결정했으며, 피규어, 휴메인 등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MS는 또 지난 19일 기존에 투자했던 인플렉션AI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영입했다. 술레이만과 함께 공동창업자인 카렌 시모니언 박사 등 상당수 인력들이 함께 MS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MS가 인플렉션AI를 통째로 삼키는 모양새가 됐다.
구글 역시 자체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개발하는 동시에 앤스로픽에 투자자(20억달러·약 2조 7000억원)로 참여하고 있으며, 기업용 AI 개발업체인 에센셜AI과 비디오 편집 및 시각 효과 툴로 유명한 생성형 AI 스타트업 런웨이 등에도 투자했다. 아마존은 앤스로픽 외에 오픈소스 AI 플랫폼 개발업체인 허깅 페이스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빅테크들 간 투자 경쟁은 AI 스타트업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챗GPT를 선보인 오픈AI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맹추격하는 앤스로픽과 미스트랄이 맹추격하는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아울러 MS, 아마존, 애플, 메타, 구글 모두 자체 AI 개발을 위한 내부 투자에도 아낌없이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AI 개발에 초점을 맞춘 인력조정 및 비용절감 계획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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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는 엔비디아? 주가 518%↑…美·유럽 규제도 변수
빅테크들의 AI 경쟁에 있어 최대 수혜자는 엔비디아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운영·학습에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유해 모든 빅테크가 엔비디아의 제품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146.14달러였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8일 903.5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동안 주가 상승률은 518.3%에 달한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빅테크들의 AI 스타트업 투자와 관련해 반독점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에 빅테크의 인수·합병(M&A) 거래는 2022년 40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감소했다. CNBC는 “불리한 규제 환경 때문에 빅테크들이 AI 스타트업 인수에는 소극적이지만, 그들은 수십억달러를 지출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