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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내년 말까지 테슬라 차량 10만대(약 40억달러 규모)를 구입하기로 한 렌트카업체 허츠도 일반 소비자와 같은 가격을 지불하고, 똑같이 기다려야 차량을 인도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허츠와 테슬라가 납품 시기에 대해 조율 중이지만 테슬라가 허츠의 주문대로 기한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허츠는 2022년 말까지 테슬라 차량 10만대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고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테슬라 전기차 총 생산량(약 50만대)의 20%에 해당한다. 허츠는 발표문에 “초기 주문은 반도체 칩 부족 등 허츠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테슬라측은 허츠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테슬라는 이날 신규 보급형 ‘모델3’ 주문이 너무 많이 밀려 있어 내년 6월까지 미국 소비자들에게 배송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허츠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테슬라 관계자들은 WSJ에 허츠에 연간 약 1만대를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허츠가 공급받는 테슬라 차량은 1만대를 약간 웃도는 데 그친다. 시장은 테슬라가 올해 전 세계에 90만대 가까이 인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렌터카 회사들이 차량 구매 계약을 맺을 때 요구하는 할인도 테슬라에는 통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지난 1일 트위터에 “테슬라는 생산하는 것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서 우리는 일반 소비자와 같은 마진으로만 허츠에 모델3를 판매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허츠와의 거래가 우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로(0)’”라고 덧붙였다.
이는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렌터카 업체와의 거래가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모델3 정가를 고려할 때 허츠가 테슬라에 내는 금액은 42억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 한 소식통은 WSJ에 머스크가 허츠와의 협상에 깊이 관여한 건 아니라고 귀띔했다.
허츠는 이미 테슬라로부터 차량을 인도받고 있다고 밝혔지만 머스크는 아직 계약이 성사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허츠는 다른 전기차 업체로부터 전기차를 구입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허츠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직격타를 입고 상장 폐지가 결정됐다. 하지만 1년만인 지난 6월30일 새 소유주를 맞이하며 구조조정을 거쳐 현재는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허츠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허츠는 SEC 심사를 통과하는대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